[부산국제영화제를 가다] 장동건 “나쁜 남자는 내안의 욕망”·허진호 “감독인생 멋진 도전”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초청작 ‘위험한 관계’는 감독과 배우의 이름만으로도 화제가 된 작품이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허진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장동건 장쯔이 장바이즈가 한자리에 모였다. 중국 자본으로 중국 현지에서 촬영됐고, 모든 대사가 중국어인 중국영화다. 이번 영화제에서 인터넷 예매 12초 만에 매진을 기록했다. 18세기 프랑스 소설 ‘위험한 관계’를 재구성한 작품으로 1930년대 중국 상하이를 배경으로 한 남자와 두 여자가 벌이는 사랑 게임을 소재로 했다. 장동건이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바람둥이, 장바이즈가 상하이 최고의 신여성, 장쯔이가 일찍 남편을 잃은 정숙한 여인 역을 각각 맡았다. 배우들 간 호흡이 밀도 있고 허 감독의 섬세한 연출도 돋보인다.
#나쁜 남자로 변신한 장동건
일 부산 우동 신세계 센텀시티 문화홀에서 열린 갈라 프레젠테이션 기자회견에서 허 감독과 주연배우들을 함께 만났다. 장동건은 “지금까지 대중에게 보여드리지 않았던 모습을 해보고 싶었다. 기존 이미지가 싫증이 났다. 나쁜 남자 역을 하고 싶었는데 이 작품을 만나게 됐다. 내 욕망과 작품이 잘 만난 것 같다”고 말했다. 가장 어려운 것은 역시 중국어 도전이었다. 장동건은 “중국어 대사를 하느라 정말 초인적인 집중력을 발휘해 잠을 못 자고 대사 외웠다. 그런데 현장에 나가면 감독이 대사를 바꾸는 일이 많았다”며 웃었다. 허 감독은 “여러 번 대사가 바뀌었는데 한 번도 화를 안 내더라. 그러고는 바로 다시 외우기 시작한다. 이 정도 암기력이면 장동건이 ‘세상에 이런 일이’에 나가야 되는 거 아닌가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나는 중국어를 들어도 모른다. 초기엔 배우들의 대사가 끝난 건지 몰라서 컷을 못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장바이즈는 “장동건은 촬영 기간 내내 현장에서 1초도 쉬는 일이 없었다. 항상 대사를 외우고 있었다. 내가 18살에 한국영화 ‘파이란’을 찍으면서 외국에서 외국인과 외국어로 연기하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경험했다. 무척 힘들었을 텐데 내색 않고 늘 진지했다. 발음도 정확해 이 사람이 정말 외국인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라고 거들었다. 장쯔이도 “장동건은 이제 러시아어 아랍어 독일어 어느 언어건 다 찍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허진호 감독, 원작의 부담 딛고 새로운 도전
허 감독은 “한국 감독이 1930년대 상하이를 배경으로 영화를 찍는 것이 부담스러웠다. 고민하다가 한국 배우가 한 명 있으면 좋지 않을까 했고 장동건을 떠올렸다. 중국영화 경험이 있고 바람둥이라는 나쁜 남자역할이 새로울 것 같았다”고 말했다. 또 “장바이즈는 감독이라면 꼭 같이 해보고 싶은 배우다. 배역을 제안하러 상하이에서 처음 만났는데 자신의 삶에 대해 진지한 얘기를 하더라. 극중 비슷한 부분이 많았다. 장쯔이도 소녀 같고 순수한 느낌을 잘 표현해보면 어떨까 싶어 제의했는데 답변이 왔다. 다들 너무 잘해줬다”고 했다.
원작소설은 한국에서도 이재용 감독을 통해 ‘스캔들: 조선남녀상열지사’라는 제목으로 만들어진 바 있다. “사실 이 감독과도 친한 사이다. 중국에서 이런 제안이 왔다고 하니까 이 감독이 ‘왜 나한테 제의 안 했지’라며 웃더라. 원작소설이 너무 재미있었다. 이 책을 진작 읽었으면 연애를 좀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 그동안 두 등장인물 간 감정을 찍는 것에 익숙했는데, 이번 작품을 통해 그전 스타일을 버리고 삼각관계 등 새로운 것에 도전했다”고 말했다.
#중국을 대표하는 두 여배우
장동건은 장쯔이에 대해 “20년 가까이 배우생활을 하면서 한 배우와 두 작품을 같이 하는 것은 처음이다. 남다른 인연이 있다. 같은 장씨이기도 하고(웃음). ‘무극’으로 만났을 때는 소녀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 웬만한 일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여유가 느껴졌다”고 평했다. 또 “장바이즈는 한 장면 한 장면을 본인이 컨트롤하면서 맡은 배역에 철두철미한 모습을 보여줬다. 배우의 자존심을 걸고 연기하더라. 나도 자극을 많이 받았다”고 평했다.
두 여배우의 사랑관은 어떨까. “진정한 사랑은 존재한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다.”(장바이즈) “사랑이라는 확신이 서면 마음의 문을 확실히 열어야 된다. 두려움 없이 가야 한다.”(장쯔이)
부산=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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