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량확보 해외농업개발사업, 기업들 배만 불린다

정부가 식량위기 대비 명목으로 해외농장 개척을 위해 지난 4년간 946억원을 기업에 지원했지만 확보한 곡물 중 불과 0.4%만 국내로 들어온 것으로 나타났다. 대부분 곡물은 사업에 참여한 국내 기업들이 현지에서 판매해 이윤을 챙기고 있어 국내 곡물가격 안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 곡물사업은 기업들만의 해외 사업?=농림수산식품부가 3일 새누리당 홍문표 의원에게 제출한 ‘해외농업개발 종합계획’에 따르면 농식품부는 2009년부터 지난달까지 융자금 860억원, 보조금 85억여원 등 총 946억여원을 국내 대기업에 지원해 해외농업 개발사업을 벌였다.

정부는 직접 농장을 개발하는 ‘농장형 사업’의 경우 기계구입과 부대시설 비용을 지원하고, 유통 인프라를 구축하는 ‘유통형 사업’에는 건조, 저장, 가공 등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원했다. 선정된 기업은 연 2%대의 초저리로 자금의 70% 이내에서 융자를 받을 수 있다. 또 농업환경조사, 사업타당성 조사 등은 100% 무상보조금이 지급된다. 이를 통해 2009년부터 현재까지 국내 28개 기업이 해외 11개국의 농업개발에 진출했고 대기업도 상당수 포함됐다.

하지만 이들 기업은 현지에서 판매 처분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28개 업체가 지난 4년간 해외에서 확보한 곡물의 양은 25만1560t이지만 국내로 들어온 곡물은 990t으로 전체의 0.4% 수준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모두 현지에서 판매됐다.

◇국내 곡물가격엔 전혀 도움 안 돼=곡물가격은 2008년 세계 식량위기 이후 안정세를 보이다가 2010년 6월과 지난 7월 다시 급등세를 보였다. 정부는 비상시 해외농업개발협력법 제33조에 따라 기업들이 해외에서 확보한 곡물을 강제적으로 국내로 들여올 수 있다.

하지만 법이 시행된 2009년부터 현재까지 정부가 기업에 강제로 곡물 국내 반입을 명령한 적은 없다. 33조에 ‘수급에 중대한 차질이 생기거나 생길 우려가 있어 국내 경제의 안정과 원활한 운용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국내에 반입할 것을 명할 수 있다’고 모호하게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돈을 주고도 곡물을 살 수 없는 때’를 비상상황으로 본다고 정부에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국제곡물가 상승으로 라면 빵 등 각종 소비재와 사료 가격이 급등할 때도 해외에서 확보한 곡물을 싼 가격에 국내로 들여올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다. 현지 판매를 통한 이윤 창출에만 관심을 가진 것이다.

실제 인도네시아에 진출한 삼양그룹 계열사 삼양제넥스는 2010년 30억원을 지원받아 444㏊의 농장을 개발했다. 현재까지 3만6725t의 옥수수와 카사바를 생산했지만 국내 반입량은 전무했다. 서울사료의 경우 2009년부터 2년간 109억3000만원을 지원받아 러시아에서 2만629㏊의 농장을 개발했다. 서울사료가 생산한 콩, 옥수수, 귀리는 1만7545t이었지만 모두 현지에서 판매했다.

홍 의원은 “예산을 지원받은 기업에 국내 의무 반입물량을 부여하고 비상시를 대비해 국내 반입 명령기준을 구체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농식품부 관계자는 “현지 곡물을 국내로 들여올 때 경제적 비용이 많이 발생할 수 있어 무조건 국내로 유입시키는 게 최선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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