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알의 기적] (2) 네마네 집 이야기를 통해본 탄자니아의 물 문제

Է:2012-10-03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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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의 기적] (2) 네마네 집 이야기를 통해본 탄자니아의 물 문제

“이 물이 식수… 길어다 먹기 너무 힘겨워요”

탄자니아 엔다바쉬 라지아 마을. 말이 마을이지 황량한 벌판에 나뭇가지로 대충 엮어놓은 움막이 있는 그런 곳이다.

시실리아 바하(42·여)씨는 9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2009년 나뭇가지와 가축 배설물로 지은 집은 밖이 훤하게 보인다. 다섯째 아가토(15)군은 말라리아에 걸려 움막집에 몸을 기대고 햇볕을 쬐고 있었다. 반쯤 풀린 눈은 절망을 말하는 듯했다.

이 가정의 한달 수입은 63달러. 돌을 쪼개 건축 현장에 판매하는 게 주수입이다. 예전엔 ‘차콜’이라는 석탄을 만들어 내다팔았는데 너도나도 나무를 베어 만들다보니 정부에서 금지하고 있다. 남편은 집을 떠난 지 오래다.

움막집에 들어서니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찌른다. 한낮과 밤의 온도차가 20도를 넘나들기 때문에 나뭇가지를 태워 집을 훈훈하게 한다. 물론 환기구는 없다. 침대라고 해봐야 얇은 나뭇가지를 엮은 평상에 포대를 깔아놓은 정도다. 까칠한 침대 위에 막내 바스칼(1)양이 손가락을 빨아댄다. 바스칼도 말라리아에 걸려 상태가 좋지 않다. 파리가 윙윙거리며 날아다니고 염소와 개가 집안 한쪽 구석에서 같이 지낸다.

시실리아씨는 예전에 염소 15마리를 키웠다. 그러나 아이들을 중학교에 보내다보니 1마리를 빼고 모두 팔았다. 그녀는 “돈을 좀 마련해 아이들을 모두 학교에 보내고 열기가 빠져 나가지 않는 집을 만드는 게 소원”이라고 말했다.

한국 월드비전이 후원하는 아동은 네마 이마누엘리(9)양이다. 책과 교복, 크레용, 장난감, 이불, 담요 등을 지원한다. 네마는 엔다바시 라자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데 걸어서 통학한다. 오전 6시 출발하면 8시에 도착한다. ‘장래 꿈이 뭐냐’는 질문에 “간호사”라며 수줍게 웃는다. 보조개가 예뻐 보였다.

네마가 가장 힘들어하는 것은 물을 긷는 일이다. 하루 양동이 4개 분량의 물을 사용하는데 엄마 혼자 길어온다는 게 무리다. 오후 2시면 어김없이 걸어서 1시간 거리의 우물로 향한다. 열대성 기후에 낮은 강수량, 1인당 GDP 1126달러라는 환경과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결과다.

트럭을 타고 30분 거리의 우물에 가봤다. 말이 우물이지 우기에만 잠시 강이 있던 곳을 5m 깊이로 판 흙탕물 웅덩이였다. 커피우유 색깔과 비슷한 흙탕물은 공업용수는 고사하고 농업용으로나 쓰일 만한 것이었다.

엄마가 먼저 노란색 플라스틱 기름통으로 흙탕물을 휘휘 젓더니 흙이 가라앉자 조심스럽게 물을 담았다. 네마도 엄마처럼 보라색 플라스틱 양동이를 휘휘 저었다.

아홉 살짜리 여자 아이에게 물동이는 벅차보였다. 걸을 때마다 몸이 휘청거렸다. 중심을 잡으려고 한쪽 팔을 한껏 수평으로 맞췄다. 보라색 플라스틱 양동이로 물을 떠오는 길은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밭이다. 게다가 여기저기 소똥이 즐비하다. 사람뿐만 아니라 소, 염소에게도 물은 생명줄이기 때문이다.

“물통이 아이에게 무겁지 않겠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시실리아씨는 “다들 그렇게 산다. 괜찮다”고 했다. 가난과 절망이 깊이 배어 있는 하소연 같았다. 탄자니아는 1m의 우물을 파는데 159달러가 소요된다. 우물은 50m 이상 파야 깨끗한 물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탄자니아=글·사진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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