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레는 귀향길… 꼭 고향교회 방문하세요
내 인생을 바꾼 고향 예배당 새벽 종소리 옛 교우·목사님 올 태풍에도 안녕하실까?
한가위를 맞아 귀향길에 나서는 크리스천들의 마음은 설렌다. 누렇게 물든 논밭이 펼쳐진 고향 마을에서 도시 생활의 삭막함을 잠시 잊고 가족들과 따뜻한 정을 나눌 수 있어서다. 이번 추석은 특히 주일과 겹치는 만큼 은은한 종소리가 울려 퍼지는 고향 교회에 찾아가 예배를 드릴 수 있는 기회도 주어졌다.
◇설레는 귀향길=서울 산정현교회 이대전(69) 장로는 어린 시절 자신을 믿음의 길로 이끌어준 경남 거제도의 작은 교회를 찾아가기로 했다.
6·25전쟁이 터진 이듬해 이 장로는 선물로 나눠주는 사탕을 받기 위해 경남 거제시 하청면 덕곡리 덕곡교회에 처음 나가기 시작했다. 결핵을 앓던 21세 때에는 살아계신 하나님을 느꼈다고 한다.
“지금은 (교회 종탑이) 없어졌지만 그때 새벽 종소리가 정말 가슴을 울렸어요. 돌아가신 할아버지는 유학자였기 때문에 교회에 나가는 걸 심하게 반대하셨는데 ‘교회에 가면 몸이 나을 거 같다’고 말씀을 드리니까 허락하셨어요. 긴 담뱃대를 물으시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셨습니다.”
5남매 중 첫째인 이 장로는 셋째 여동생과 함께 신앙의 뿌리인 고향 교회를 돕는 일에 나서고 있다. 지난 10일 거제도에 내려가 마을 어르신 50여명에게 식사 대접을 했고 머리를 깎아드리는 봉사활동도 했다.
5년 넘게 명절을 고향에서 보내지 못한 장원(30)씨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전남 진도에 내려갈 수 있게 됐다. 서울 노량진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장씨는 진로를 바꿔 지난 3월 한 중소기업에 취업했다. 장씨는 “취직이 잘 안 돼서 노심초사하셨던 부모님이 한숨을 돌리실 수 있어서 다행”이라며 “어릴 때 다니던 진도영락교회에 가서 감사 기도를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양평군 양평읍으로 내려가는 박태현(25)씨에게도 이번 추석은 남다르다. 박씨는 지난 2월 대학을 졸업한 뒤 한 건설회사에 취업했고 오는 11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박씨는 “독실한 크리스천인 예비신부 덕분에 믿음이 생겼고 그 덕분인지 취업도 잘 할 수 있게 됐다”며 “좋은 소식을 한꺼번에 친척 어르신들께 전해드릴 수 있어 기쁘다”면서 웃었다.
◇고향교회 풍경=시골 교회에선 ‘귀향 크리스천’을 맞을 준비를 하느라 분주하다. 교회 앞마당에서 잔치를 열거나 과일이나 떡 등 추석 선물을 마련해둔 교회도 있다.
하지만 마을 주민 수가 얼마 안 되는 데다 도시에 비해 복음화율이 크게 떨어져 평소보다 더 쓸쓸한 추석을 보내는 시골 교회가 적지 않다. 경남 거창군 남상면 대산교회 허운 목사는 “자식들 편하게 해준다고 역귀성에 나서는 어르신들이 있고 귀향한 크리스천들 중에선 서먹해서 교회에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평상시보다 훨씬 적은 성도들이 교회에 나올 것 같다”고 했다.
전남 고흥군 도양읍 득량도 득량도교회 서정운 임시목사는 추석 당일 추모예식을 드릴 수 있도록 안내문을 마을 사람들에게 나눠줬다. 무속신앙과 유교 문화가 오래 유지돼 온 섬마을인 만큼 득량도교회 어르신들에게 추모예식은 그 이름조차 생소하기 때문이다. 서 목사는 “추석 때 10명도 안 되는 어르신들이 출석하겠지만 지난달 태풍에 지붕이 무너지고 농작물이 죄다 망가져 상처를 입은 마을 주민들을 위해서 열심히 예배를 드릴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 옥천군 안남시온교회 이승용 목사는 마을 어르신들이 명절에 부침개를 해 드실 수 있도록 밀가루 선물을 준비했다. 경북 영양군 사동교회 김성은 목사는 “어르신들과 주일학교 어린이들이 함께 송편을 빚을 수 있는 프로그램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즐거운 추석 보내려면=오랜만에 온 가족이 모이는 추석에 자칫 언성을 높이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차례를 지내지 않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크리스천들은 “조상 밥까지 굶기려고 작정했느냐”고 핀잔을 놓는 어르신들과 갈등을 빚기도 한다. 아내와 함께 서울 온누리교회에 다니는 이호윤(35)씨는 “크리스천으로서 당연히 차례나 제사를 지내는 것에 반대하지만 종손이기 때문에 난처한 상황이 벌어질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언제 내려오느냐’를 두고 벌어지는 고부간의 신경전도 명절 때마다 갈등 요소로 꼽힌다. 나성숙(31·여)씨는 “교통방송 리포터로 일하고 있어서 결혼 이후 첫 명절인데도 27일 충북 충주 시댁에 가서 음식 차리는 일을 도와드리고 다음날 돌아왔다”면서 “직업 때문에 추석을 같이 못 보내는 건데 어쩔 수 없지 않느냐고 하시지만 며느리 역할을 제대로 못하는 것 같아 죄송스럽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가족 관계가 완전히 깨지는 것을 막으려면 아랫사람이 최대한 예의를 갖춰 이 같은 문제에 접근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크리스천라이프센터 신산철 사무총장은 28일 “논쟁을 벌이기보다는 크리스천이기 때문에 차례에 참여하기 어렵다고 어르신들에게 정중하게 미리 양해를 구한 다음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설득해나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고부간의 갈등은 결국 대화 부족으로 생기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부담스러울 수 있지만 평소에 며느리가 시어머니에게 전화라도 자주 드려야 서로 오해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 대선을 앞두고 있는 만큼 특정 정당이나 후보를 찍으라는 투의 화법은 피해야 하고 취업이나 결혼 등 민감한 화제를 꺼내는 것은 되도록 자제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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