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이광형] ‘아리랑’과 ‘강남스타일’
장르는 다르지만 두 가지 한국 노래가 최근 세계인들을 사로잡았다. 하나는 김기덕 감독이 부른 민요 ‘아리랑’이고, 다른 하나는 가수 싸이가 부른 댄스곡 ‘강남스타일’이다.
김 감독은 지난 8일 이탈리아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피에타’로 한국영화 사상 처음 황금사자상을 거머쥔 뒤 시상식 무대에서 ‘아리랑’을 불러 열렬한 갈채를 받았다. 그는 수상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아리랑’은 한국인의 아픔과 슬픔, 한(恨)의 표현”이라며 “‘피에타’의 메시지와 더불어 가장 한국적인 것을 수상소감 대신 전하고 싶었다”고 했다. 귀국 후 열린 인터뷰에서는 “중국이 ‘아리랑’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를 신청했다고 한다. 기회가 될 때마다 부르면 우리 ‘아리랑’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그랬다”고 부연 설명했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난다.” 김 감독의 말대로 ‘아리랑’은 한 맺힌 이들의 아픔과 슬픔을 대변하는 노래다. 그렇지만 그 속에는 체념하거나 좌절하는 슬픔이 아니라 꿋꿋이 견뎌내는 인내의 슬픔이 깃들어 있다. 지역별로 50여종에 이르는 ‘아리랑’은 장소와 환경에 따라 흥겨운 축제곡이 되기도 한다.
한국은 2009년 유네스코에 인류무형유산으로 ‘정선아리랑’을 신청한 후 지난해 ‘밀양아리랑’ ‘진도아리랑’까지 확대해 달라고 신청서를 다시 냈다. 중국도 조선족 자치구의 ‘아리랑’을 지난해 자체 국가문화재로 지정했다. 한국 아리랑의 등재 여부는 12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7차 무형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이번엔 싸이 얘기를 해보자. 그의 ‘강남스타일’이 27일 미국 빌보드 메인 차트 2위에 올랐다. 전 세계 뮤지션이 꿈꾸는 빌보드 ‘핫 100’(싱글차트)에 지난 13일 64위로 진입한 뒤 20일 11위로 뛰어올랐고, 그 여세를 몰아 2주일 만에 2위를 차지하는 쾌거를 이뤘다. 1위곡인 미국 밴드 마룬 파이브의 ‘원 모어 나이트(One More Night)’를 따라잡는 건 시간문제다.
한국 대중음악사에 기록될 대사건이다. “정숙해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여자, 이때다 싶으면 묶었던 머리 푸는 여자” “점잖아 보이지만 놀 땐 노는 사나이, 때가 되면 완전 미쳐버리는 사나이” 등 세태를 풍자하는 가사가 재미있다. 게다가 흥겹게 추는 말춤, 격식에 얽매이지 않고 대중과 함께 자유롭게 어울리는 스타일이 사람들을 열광하게 하는 이유라 하겠다.
예부터 한국인은 춤과 노래를 즐겼다. 3세기 중국의 역사가인 진수가 편찬한 ‘삼국지’의 ‘위지동이전’에는 삼한(三韓)시대에 씨를 뿌릴 때나 추수한 뒤에 여러 사람들이 모여 함께 노래하고 춤추던 ‘가무(歌舞)’가 유행했다고 기록돼 있다. 원시적인 형태였겠지만 이웃끼리 서로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이 담긴 축제를 벌인 것이다. 한국인의 애환이 녹아 있는 ‘아리랑’이나 흥겹게 춤추고 노래하는 ‘강남스타일’의 뿌리가 여기에 있지 않을까.
추석 연휴가 시작됐다. 오랜만에 가족이나 친지들이 만나 나누게 될 한가위 대화의 키워드를 꼽으라면 ‘김기덕’과 ‘싸이’ 그리고 ‘대선 후보’가 아닐까 싶다. 구원과 용서의 메시지를 전하는 ‘피에타’로 시작해 미국을 강타한 ‘강남스타일’로 나아간 다음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 등 ‘대선 후보’로 이어질 것이다. 김기덕과 싸이는 우리에게 자부심과 희망을 선사했는데 대선 후보는? 모두가 마음을 열고 ‘아리랑’과 ‘강남스타일’을 부르며 한마당 축제를 벌이는 추석이 되기를.
이광형 문화생활부 선임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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