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장지영] 즐기는 스포츠가 되려면

Է:2012-09-2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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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장지영] 즐기는 스포츠가 되려면

한국 쇼트트랙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강이다. 이 때문에 한국 쇼트트랙 지도자들은 세계 각국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들이 가르친 팀은 실력이 일취월장했다. 그런데, 지난 1∼2년간 외국에서 활동하는 한국 지도자들이 선수 폭행 논란으로 코치 자격을 박탈당하거나 해임되는 일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우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김동성이 지난해 2월 미국 버지니아주 소재 스케이팅 클럽에서 제자들을 폭행한 혐의가 제기됐다. 당시 김동성은 미국 빙상연맹으로부터 코치 자격 일시정지 처분을 받았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 빙상연맹은 그 후 청문회를 열어 관련 의혹에 대한 조사를 계속했다. 김동성은 무죄를 주장했지만 미국 빙상연맹 중재위원회는 올해 5월 18개 부문에서 김동성의 제자 폭행 및 학대 등이 인정된다며 지도자 자격 박탈이라는 강경 조치를 취했다.

또 지난해 11월엔 러시아 쇼트트랙연맹이 러시아 대표팀을 지도하던 장권옥 총감독과 최광복 코치, 김지호 마사지사 등 한국인 3명을 해고했다. 한국인 코치의 강압적인 선수 훈련 방식에 대해 러시아 선수단이 반발했기 때문이다.

한국 코치의 선수 학대 논란은 올해도 계속됐다. 미국 쇼트트랙 국가대표 선수들이 전재수 감독 및 한국 코치진에게 신체적·언어적 학대를 당했다면서 미국올림픽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한 것이다. 전 감독이 결백을 주장하고 몇몇 선수들도 한국 코치들 편에 섰지만 여론은 그다지 좋지 않은 것 같다. 게다가 전 감독이 경기에서 캐나다 선수의 스케이트를 훼손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마저 나와 파문이 더 커진 상태다. 미국빙상연맹은 조만간 청문회를 열어 이번 사건을 조사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한국 빙상 관계자들 가운데서는 미국이나 러시아의 쇼트트랙 지도자들이 한국 지도자들을 음해한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일련의 사건을 보면서 비단 쇼트트랙뿐만 아니라 한국 스포츠계 전반에 뿌리 깊은 강압적 지도방식의 문제점을 돌아보지 않을 수 없다.

한국 스포츠는 기본적으로 국위선양을 위한 엘리트체육이 일반 국민들이 취미로 즐기는 생활체육보다 우선시됐다. 그래서 코치들의 지도방식이 성과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강도 높은 스파르타식 훈련이 강요된다. 나아가 이 과정에서 코치들은 선수들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폭언, 심지어 체벌까지 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미국 일간 보스턴글로브는 전재수 감독 논란을 전하면서 “선수에게 손을 대는 것은 중국과 한국에선 일상적인 일일지 몰라도 미국에서는 용납될 수 없다”고 비꼬았다.

실제로 한국 선수들은 이런 강압적 훈련에 크게 반발하지 않는 것 같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면 부와 명예가 보장되기 때문에 성공을 위해 코치와 선수 사이의 상명하복 관계를 받아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때문에 목표를 달성하게 되면 너무나 빠르게 의욕을 상실해버리는 경우가 많다. 외국 선수들이 나이를 먹은 뒤에도 자신과의 싸움을 즐기며 스포츠를 하는 것과 달리 한국 선수들은 너무나 빨리 은퇴를 선택해 버린다.

엘리트체육의 존재 의의를 부인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젠 한국에서도 선수들이 코치의 강압적 지도를 수동적으로 따르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스포츠 자체를 즐기는 방식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스포츠는 고통이 아닌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

장지영 체육부 차장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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