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박병권] 가을운동회

Է:2012-09-26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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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을 목전에 둔 요즘이 한 해 가운데 가장 날씨가 좋다. 춥지도 덥지도 않고 하늘은 맑고 높아 운동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이런 이유로 전국 방방곡곡 초등학교에서는 가을운동회가 한창이다. 어린 시절의 운동회는 누구에게나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예나 지금이나 공굴리기, 콩주머니로 종이박 터뜨리기, 이어달리기, 부모님과 함께 달리기 등이 주요 종목이다. 1960∼70년대에는 초등학교 고학년의 경우 기마전이나 차전놀이를 하기도 했지만 위험하다는 이유로 자취를 감췄다. 대신 5∼6학년 학생들의 경우 월드스타가 된 가수 싸이의 말춤을 추는 것이 빠지지 않는 레퍼토리로 자리 잡았다.

운동회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점심시간. 그러나 최근에는 무상급식을 하기 때문에 학교에서 공문을 보내 통닭이나 김밥 등 먹을거리를 가져오지 말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지만 예전 같은 낭만이 사라졌다는 평가도 있다. 운동회를 하다 말고 갑자기 아이들은 점심 먹으러 전부 교실로 들어가고 어른들만 운동장을 서성거리니 잔치 아닌 잔치가 되고 만다. 삶은 밤과 땅콩, 찐 고구마 등으로 오랜만에 입이 호사하는 날이었던 옛 운동회는 이제 사라진 셈이다.

경제 사정이 좋아지기 시작했던 1980년대에는 가을운동회에서도 일부 부유층 학부모들의 담임선생님 대접 수위가 높아 금족령이 내려진 적도 있었다. 생업에 치여 하루하루를 힘겹게 사느라 아들딸의 운동회 날짜도 잊고 사는 소시민들에게는 꿈같은 이야기다. 마음이야 맛난 것을 한 아름 싸들고 가 아이들의 기를 세워주고 싶지만 뜻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강원 인제군 북면 월학초등학교는 학생이 18명에 불과해 인근의 서성초등학교(16명)와 공동으로 지난 19일가을운동회를 열었다. 원통에서도 한참 떨어진 이곳은 군부대가 밀집한 전방이라 어린아이 보기가 힘들다. 시골 초등학교는 넓기나 하지만 운동장이 좁은 도시에서는 대각선으로 금을 그어 겨우 100m달리기를 한다.

가뭄도 더위도 태풍도 모두 뛰어넘고 황금빛 들판을 맞이한 시기에 열리는 가을운동회는 그런대로 명맥은 이어가지만 학예발표회가 점차 사라지고 있는 현실은 아쉽다. 방과후 교실에 모여 선생님의 지도로 동극(童劇)을 준비했던 기억이 새롭다.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의 경험이 쌓여 재능으로 발전한다는 점에서 학예회가 꼭 부활했으면 한다. 혹 제2, 제3의 김기덕이 탄생할지 알 수 없지 않은가.

박병권 논설위원 bk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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