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딸과 함께 만든 추억
동기 목사님들과 제주에서 수련회를 했습니다. 자주 다니던 곳이라 새삼스러울 것이 없었는데 행복했던 추억이 살아났습니다. 100명이 훨씬 넘는 동료들과의 여행 중에 자연사박물관 관람 대열에서 이탈해 아내와 함께 근처 호텔에 잠깐 들렀을 때였습니다. 그 호텔이 딸과 함께 묵었던 곳이었는데 행복했던 딸과의 추억이 떠올라 단체 여행에서 맛볼 수 없는 나만의 비밀스런 즐거움이 쏠쏠했습니다.
지금은 대학생인 딸아이가 중학교 1학년 때였습니다. 더 크면 아빠와 둘만의 여행은 불가능하겠다 싶어 둘만의 여행을 제안을 했더니 매우 좋아하며 기대했습니다. 학기 중에 공부를 뒤로 한 채 하는 여행이라는 특별함이 더했을 것입니다.
항공사 마일리지를 이용했기에 항공료와 호텔 비용을 치르지 않아 주머니 부담도 크지 않아 멋진 여행계획에 골몰했습니다. 고급스런 호텔방에서 어린 아이들처럼 베개를 던지고 뒹굴기도 하고, 멋진 분위기의 스카이라운지에서 포크와 나이프 쓰는 법도 가르치고 바닷가를 함께 뛰어다니고 갈치조림을 함께 먹으며 생선 가시를 발라주기도 했습니다. 영화 관람에 쇼핑의 즐거움도 함께했습니다. 좋은 추억을 만들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딸을 통해 주실 더 큰 즐거움을 상상했고 딸아이의 얼굴에 가득한 이 행복이 계속되기를 기도했습니다. 지금도 그 추억을 떠올리면 다시 가고 싶다고도 합니다.
이웃에게는 친절하면서도 가족에게는 상처를 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장 사랑해야 할 사람을, 이해하겠거니 언제든지 잘해 줄 수 기회가 있겠거니 하면서 서운하게 합니다. 사랑할 수 있는 시간이 많을 것 같은데 돌아보면 따뜻한 말 한마디 나눈 적이 없고 살포시 안아주지도 못한 채 살아갑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일차적 관계가 중요합니다. 필자는 목사로 부름받기 전에 부모님의 아들로, 아내의 남편으로, 아이들의 아빠로 소명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세우신 자리입니다. 목회자의 사역은 누군가 대신할 수 있지만 이 역할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습니다. 이것을 잘해야 좋은 목사가 될 수 있다는 믿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기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것은 큰 기쁨입니다. 가족이라면 더욱 그렇습니다.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 같지만,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오늘이 마지막 기회인 양 사랑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에 숨어 있는 행복을 찾아낼 수 있습니다. 추석을 앞 둔 우리들에게 이미 주신, 소박한 행복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피며 행복이 가장 가까운 곳에 있음을 확인하면 좋겠습니다. 우리의 추석 문화에는 다시는 사랑할 기회가 없는 분들에 대한 회한도 담겨 있다는 것 잊지 맙시다.
<산정현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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