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과거사 사과] “5·16, 유신, 인혁당 사건은 헌법 가치 훼손”… 朴 ‘과거사 논란’ 정면돌파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5·16, 유신, 인혁당 사건 등은 헌법 가치가 훼손되고 대한민국의 정치 발전을 지연시키는 결과를 가져왔다”며 “이로 인해 상처와 피해를 입은 분들과 그 가족들에게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24일 밝혔다. 박 후보는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에서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음은 과거에도 그렇고 앞으로도 그래야 할 민주주의 가치라고 믿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과거사 문제에서 상당히 진전된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대선가도에 최대 걸림돌이 돼온 역사인식 논란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강한 의지가 담겨 있다. 박 후보는 지난 7월 5·16 군사쿠데타에 대해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 옹호했고, 유신에 대해서도 “찬반 논란이 있으니 국민과 역사의 판단에 맡길 수밖에 없다”는 유보적 견해를 보였다. 특히 지난 10일 인혁당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에서 두 가지 판결이 나오지 않았느냐”고 말해 여론의 호된 비판을 받아왔다.

박 후보는 “앞으로 국민대통합위원회를 설치해 과거사 문제를 비롯한 국민들의 아픔과 고통을 치유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초반 대선 정국에서 전면에 부상한 과거사 논쟁은 이번 회견으로 상당히 잦아들 전망이다. 5·16이 군사쿠데타냐 혁명이냐 같은 추가적 논쟁이 제기될 수는 있으나 박 후보가 야권에서 요구한 명확한 입장표명과 사과를 한 만큼 더 이상 과거사를 정치공세 소재로 활용하기는 어려워졌다.

박 후보가 공식 기자회견까지 열어 입장을 밝힌 것은 최근 지지율 하락세가 과거사 문제에서 비롯됐다는 판단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치고 올라오는 3자 구도 상황에서 과거사 문제를 계속 방치할 경우 협공받을 수 있다는 위기감도 작용했다. 특히 이번 회견은 추석 민심을 겨냥했다. 수도권과 지방, 젊은층과 중장년층이 함께 모이는 추석 연휴에 박 후보의 역사인식 문제가 거론되면 부정적 여론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따라서 관심은 박 후보가 과거사 사과를 계기로 지지율 반전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모아진다. 전문가들은 이번 회견이 박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를 일단 멈추게 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역사인식 논란으로 가려졌던 민생정책 행보가 탄력 받으면 중장기적으로 지지율 반등에 호재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입장 표명이 오래 지연됐고 여론에 밀려서 한 듯한 인상도 있어 지지율이 당장 가시적으로 상승할지는 미지수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실장은 “박 후보가 지지율 하락세를 차단하고 정상적인 선거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며 “하지만 야권 후보들도 함께 뛰는 상황이어서 박 후보가 나홀로 선거운동을 할 때보다는 지지율을 제고하는 데 두세 배의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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