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상온] ‘백의의 戰士’
우스개 한 토막. 환자가 회진 온 의사에게 말했다. “저 간호사 대단하네요. 손이 닿은 것만으로 열이 대번에 내려버렸어요.” “알고 있습니다. 복도 저쪽 끝까지 찰싹하는 소리가 들리더군요.”
하나 더.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총격을 받고 병원에 실려 왔다. 간호사가 지혈을 하려고 몸에 손을 대려 하자 레이건이 말했다. “낸시(레이건의 부인)한테 허락은 받았나?”
첫 번째 것은 물론 레이건의 ‘위대한 유머감각’을 말해주는 예화로 곧잘 회자되는 두 번째 것도 간호사를 성적 대상으로 삼기는 마찬가지다. 사람의 목숨을 다루는 고귀한 직종이지만 간호사는 묘하게도 성적 대상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에는 가수 박미경과 이효리가 간호사 복장으로 섹시미를 뽐내다 지탄을 받기도 했다.
사실 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고 보살펴주는 천사 이미지의 간호사는 여선생님과 함께 많은 남성들에게 아련한 첫사랑, 짝사랑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요즘 간호사는 성희롱이나 폭행 대상으로 전락했다. 간호사들을 괴롭히는 늑대는 환자가 많지만 직장 상사랄 수 있는 의사도 적지 않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의 지난 3월 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12%가 환자에게 성희롱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고, 의사로부터 폭언 및 성희롱을 당한 간호사도 무려 31.9%나 됐다. 게다가 보도에 따르면 의사들은 술 접대를 강요하기까지 한다.
병원 위계상 가장 말단에 속하는 간호조무사는 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 노조에 따르면 의사들의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인 닥터플라자에는 간호조무사를 성적 노리갯감으로 표현한 야비한 글들이 넘쳐난다. 그 뿐만이 아니다. 대한간호학회지에 실린 보고서에 따르면 거동이 불편한 노인 등 의료 취약계층을 직접 방문해 건강 상담 및 지도 활동을 하는 방문간호사들도 10명 중 7명이 환자들의 폭언이나 폭행에 시달린다. 또 19%는 언어적 성희롱을 당했고 6%는 성추행을 당했다.
문제는 간호사들이 이런 일을 당해도 외부에 알려 시정할 수 없다는 데 있다. 특히 의사에게 당했을 경우 이를 공론화시키면 의사 중심의 병원 특성상 오히려 피해자가 해고되거나 다른 일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을 겪는 등 추가로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분노와 억울함을 속으로 삼켜야 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것. 오죽하면 간호사들 스스로 ‘백의의 천사’가 아닌 ‘백의의 전사(戰士)’라고 자조하겠는가. 이러다간 간호사를 몽땅 남자로 바꾸는 사태가 오지 말란 법도 없겠다.
김상온 논설위원 so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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