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신창호] ‘내곡동 사저 특검’을 바라보며
특별검사의 원래 명칭은 ‘독립 검사(Independent Counsel)’다. 정권의 영향을 받지 않고 고위 공직자 비리를 수사한다는 취지다. 한국에서 처음 실시된 특검은 김대중 정부 때인 1999년 9월 30일 조폐공사 노조 파업유도 및 검찰총장 부인 옷로비 특검이다. 이후로도 이용호 특검, 대북송금 특검, 노무현 전 대통령 측근비리 특검, 사할린 유전 특검, 삼성 비자금 특검, BBK 특검, 스폰서 특검, 디도스 특검 등이 이어졌다.
며칠이 지나면 또 특검이 시작된다. 이번엔 현직 대통령의 위법 행위가 다뤄질 모양새다. 이른바 ‘내곡동 사저 특검’은 지난 6월 검찰 수사가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는 비난을 받자 민주통합당이 강력하게 밀어붙여 만든 법안에 따른 것이다. 특검법 도입 과정에서는 청와대가 “도대체 고발 주체인 특정 정당이 수사 주체인 특별검사까지 임명한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흥분하기도 했다. 사법학자들 사이에서 위헌이냐 아니냐는 논란도 제기됐다.
자신들의 주장이 그대로 받아들여진 민주당은 특검 인선 작업부터 잔뜩 벼르고 있다. 전직 경호처장이 현직 대통령 아들과 함께 부지를 매입하고 금전적 지원을 했다거나 현직 대통령이 아들을 내세워 차명으로 부동산을 샀다는 의혹을 다 밝혀낼 인물을 진보 성향인 ‘민주화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에서 찾는다고 한다.
하지만 이번 특검이 ‘어마어마한’ 정권의 비리를 파헤칠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별로 없어 보인다. 지금까지의 특검에서 경천동지(驚天動地)할 부정이 드러난 적이 없다는 전례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번 특검에 동력이 될 만한 요소가 별로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정치권의 관심은 12월에 치러질 대통령 선거에 모두 쏠려 있다. 야당에서조차 ‘내곡동 사저 특검’은 야권 대선후보 단일화나 문재인 민주당 대통령 후보 행보에 밀려 후순위로 물러나 있다.
청와대 역시 특검에서 새로 밝혀질 의혹을 걱정하는 게 아니라 “야당이 특검을 대선정국에 이용할 것”이라며 정치적 파장에 더 신경 쓰는 눈치다. 또 사건 당사자인 이명박 대통령 아들 이시형씨가 특검에 소환될 경우 혹시 실수라도 할까봐 걱정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 대통령 손녀딸의 최고급 프랑스제 ‘몽펠리에’ 오리털 파카 파문이 재현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서슬 퍼래야 할 특검이 이처럼 칼날이 무뎌진 것은 ‘모든 압력으로부터의 독립’을 누리지 못했기 때문이란 지적이 많다. 정권의 영향을 받진 않았지만 정치권의 압력에는 결코 자유롭지 못했다는 것이다. 불편부당함을 대표하기보다 특정 정파를 대변하는 정치권은 특검을 남발했다. 이 때문에 지난 14년 동안 무려 11번, 거의 1년에 한 번 꼴로 특검이 실시됐다.
이처럼 자주 실시된 특검에서 이용호 게이트와 대북송금 때를 제외하면 별다른 성과가 나온 적이 없었다. 옷로비 특검에 의해 구속됐던 박주선 의원이나 스폰서 특검에서 구속됐던 전현직 검사들은 법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나머지 대다수 피의자는 불구속 기소에 벌금형 정도의 사소한 처벌만 받았다.
세계 최초로 특검을 도입했던 미국은 1999년 빌 클린턴 당시 대통령의 ‘르윈스키 스캔들’을 끝으로 입법부의 특검 도입 권한을 박탈했다. 예산낭비, 정파적 편파수사, 삼권분립 위반 논란 등이 겹치자 특검 임명 권한은 법무장관과 각 주 검찰총장에게로 넘어갔다. 우리 특검 제도의 현재 골격도 이런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고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신창호 정치부 차장 procol@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