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의 역기능] ‘사이버 독버섯’ 엽기가 사실처럼… 괴담에 휘청이는 세상
트위터와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 괴담이 판을 치고 있다. 비린내 나는 택시 문고리 냄새를 맡았다가 의식을 잃고 깨어보니 신장 하나가 없어졌다거나 중국 고위층 인사들이 인육(人肉)을 먹기 위해 한국으로 몰려온다는 식으로 괴담의 내용은 엽기적이고 끔찍하다. 괴담은 대부분 ‘내 친구의 오빠네 회사 동료 이야기’처럼 출처가 불분명한데도 사람 손마다 들려 있는 스마트폰을 타고 갖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다.
증오와 불안의 씨앗, 괴담
초등학교 교사 박수연(가명·33·여)씨는 최근 세 살짜리 아기를 돌봐주던 중국동포 베이비시터 A씨를 교체했다. 평소 즐겨 찾는 쇼핑 정보 공유 인터넷 카페 회원들로부터 카카오톡 메시지를 전달받고 나서였다. 메시지는 중국동포 베이비시터가 아기와 함께 사라졌는데 중국동포의 신원은 물론 아이의 행방을 파악하지 못했고, 한국인 부부는 그 충격에 자살했다는 내용이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박씨는 그러나 “우리 남편 회사 동료가 직접 겪은 이야기”라거나 “남편이 경찰인데 민감한 사안이라 쉬쉬하는 중이래요”라는 식의 댓글을 읽은 뒤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사실 여부를 둘러싸고 100개 이상의 댓글이 달리는 등 논란이 이어졌지만 박씨는 결국 남편과 상의 끝에 A씨 대신 이웃집 할머니에게 아이를 맡기기로 했다. 박씨의 아기를 1년 이상 정성껏 돌봐준 A씨는 영문도 모른 채 일자리를 잃게 됐다.
최근에는 인육괴담이 SNS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수원 20대 여성 피살 사건의 범인 오원춘이 괴담의 진원지다. 범행 현장 근처에서 뼛조각이 발견된 데다 중국동포인 오원춘이 한국 체류 4년6개월 동안 막노동을 해 중국에 5500만원이나 송금했다는 점을 근거로 ‘오원춘이 150여명의 여성을 살해해 인육을 팔았다’는 괴담이 퍼져나갔다. 정체불명의 뼛조각이 닭 뼈로 밝혀지고 송금한 돈은 오원춘 혼자 번 것이 아니라는 점이 확인됐는데도 괴담은 끊이지 않았다. 오히려 ‘10월 10일 쌍십절에 중국 고위층이 인육을 즐기는 풍습에 따라 한국으로 대거 인육 쇼핑을 온다’는 황당한 내용의 괴담이 등장했다.
SNS 괴담은 공포와 불안을 야기하는 데 그치지 않고 특정 직업군이나 외국인노동자 등에 대한 증오심이나 혐오감을 부추기고 있다. 일부 민족주의적 성향이 강한 인터넷 카페 회원들은 연일 인육괴담을 거론하며 중국동포나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적개심을 키우고 있다. 급기야 외국인노동자 퇴출 시위를 벌이자는 구체적인 제안까지 나왔다. 택시괴담을 본 한 여성은 트위터에 ‘새벽에 택시를 타야 하는데, 이게 꼭 필요할 것 같다’는 글과 함께 등산용 칼 사진을 올려 빈축을 사기도 했다.
괴담은 사회 불안과 불신의 그림자
강력 범죄가 잇따르는 등 사회가 불안하고 정부에 대한 불신이 강할수록 괴담은 더 자주 등장하고 더 큰 파괴력을 갖게 된다.
신광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시험 준비를 하지 않은 학생일수록 문제가 어떻게 출제될지에 대해 더 궁금해하는 것처럼 사람들은 사회적·정치적·경제적으로 불안감을 느낄 때 더 많은 정보를 요구하고 정보에 더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사람들은 또 생존을 위해 긍정적인 소식보다는 부정적인 정보에 관심을 보이는데 이 때문에 각종 괴담이 힘을 얻고 나돌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력 범죄가 잇따르는데 치안이 불안한 점도 괴담 확산의 주요인으로 제기됐다. 신 교수는 “끔찍한 범죄가 이어지면 대중은 가장 먼저 공권력 부재와 무능을 탓하게 된다”며 “이런 일이 반복되면 각종 괴담 속 황당한 내용들을 정부가 숨기고 있다는 식의 음모론으로 이어지고 급기야 정부 불신으로 고착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을 중심으로 한 기술의 발전은 괴담의 파괴력을 한층 높였다. 트위터에 글을 올리면 5분 만에 세계를 한 바퀴 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각종 괴담이 인터넷이나 트위터 등에 사라지지 않고 계속 남아 꾸준히 노출되는 점도 문제다.
부작용이 이어지자 괴담 유포를 법적으로 제한하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현행법상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고 해도 실질적인 피해가 발생하지 않으면 처벌하기 어렵다. 하지만 괴담 유포로 공권력이 낭비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니 법적 제재를 가하는 방법을 논의해 보자는 것이다. 표창원 경찰대 교수는 “괴담은 대체로 폭행이나 살인, 납치와 같은 강력범죄와 결부돼 확산되는 경향이 강하다”며 “괴담이 확산되면 경찰이 조사에 나설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괴담 유포자는 업무방해나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처벌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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