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선 출마 선언] 에디슨·슈바이처 되겠다던 소년, 루스벨트를 꿈꾸다

Է:2012-09-19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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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대선 출마 선언] 에디슨·슈바이처 되겠다던 소년, 루스벨트를 꿈꾸다

안철수의 인생 드라마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은 삶의 변곡점마다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다. 의사, 컴퓨터 프로그래머, 벤처 기업가, 대학 교수를 거쳐 이번에는 대통령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에디슨을 꿈꾸던 부산 소년이 한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19일 나섰다. 사람들의 궁금증을 삼행시로 풀어보면 이렇다. ‘안’ 나오면 올해 대선 어찌 되나 했더니, ‘철’수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과연 희망을 줄 수 있을까.

#확신을 좋아하는 몰입형 코끼리

그가 지난 7월 발간한 책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의외의 대목은 초등학교 시절 공부를 ‘아주 못했다’는 점이다. 성적표에 ‘수’라고는 ‘철수’라는 이름뿐이었다고 한다. 키가 제일 작아 맨 앞줄에 서야 했고, 한글은 초등학교 들어가서야 익혔다.

이는 ‘필(feel)이 꽂혀야’ 몰두하는 안 원장의 성격 때문이다. 실제로 안 원장은 글을 알게 되자 곧 재미를 느꼈고,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다. 그의 말을 빌리면 평생 읽은 책의 절반을 초·중학교 시절에 봤다. 책을 읽다보니 공부에도 점차 흥미를 느꼈다. 안 원장은 고3 때 반에서 1등, 이과 전체에서도 1등을 했다.

또 100% 확신이 없으면 움직이지 않는 성격이다. 대선 출마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자 ‘간철수(간을 본다는 의미)’ 혹은 ‘햄릿’이라는 지적이 나왔던 이유다. 그러나 안 원장 측근들은 이 같은 성격을 “코끼리 같다”고 표현한다. 발걸음이 무겁지만, 일단 마음먹고 움직이면 성큼성큼 거침없이 나간다는 의미다.

#에디슨, 슈바이처, 그리고 루스벨트

부모는 안 원장이 공대에 갈 것으로 생각했다. 초등학교 시절 전자부품 상가에서 부품을 사다가 진공관 라디오를 만들며 과학자를 꿈꿨다. 당시 존경하던 인물도 에디슨이나 아인슈타인이었다.

그런데 의대에 진학했다. 서울대 의대 80학번이다. 부친 안영모 범천의원 원장의 영향이 컸다. 서울대 의대를 나온 부친은 1963년 당시 빈민촌이던 부산 범천4동에 병원을 열어 49년째 의술을 펼치고 있다. 평생 가난한 사람들과 함께한 부친은 ‘범천동 슈바이처’로 불린다. 그는 아들이 대선후보로 거론되자 올 초 병원 문을 닫겠다고 밝혔다.

안 원장은 대학원에선 기초의학을 전공했다. 기계를 좋아하고 몰입을 좋아하는 그에게 실험하는 일이 잘 맞았다. 노벨상을 받아보자는 생각도 했다고 한다.

이제 정치에 도전한 안 원장은 미국 대공황기부터 제2차 세계대전까지 네 차례 연임한 프랭클린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을 모델로 삼고 있다. 국내 정치인 가운데는 고(故) 김근태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존경한다.

#의대생 안철수, 바이러스를 잡다

의대 박사과정이던 88년은 안 원장의 인생을 바꾼 해다. 그는 컴퓨터 소식지를 탐독하다 컴퓨터 바이러스에 관해 읽게 됐고, 자신이 갖고 있던 컴퓨터 디스켓 역시 감염된 것을 알았다. 파키스탄인이 만들어 전 세계로 퍼뜨린 ‘브레인 바이러스’였다.

당시 의대에서 ‘컴도사’로 통했던 안 원장은 ‘당했다’는 충격에 날밤을 새워 바이러스를 분석했고, 이후 치료 프로그램을 개발했다. 이 프로그램은 안랩(옛 안철수연구소)의 바이러스 백신 V3로 발전한다. 안 원장은 컴퓨터 잡지를 통해 V3 개발 소식을 알렸고, ‘바이러스 잡는 안철수’의 명성은 그렇게 시작됐다.

안 원장이 군 입대하는 날 새벽까지 바이러스 개발에 몰두했다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는 91년 해군 군의관으로 입대해 군복무를 마쳤다.

안 원장은 저서와 TV 프로그램에서 의대 동아리를 통해 진료 봉사를 다녔다고 밝혔다. 의대 본과 2학년부터 졸업할 때까지 3년간 봉사활동을 했다. 진료 봉사를 통해서는 두 가지를 배웠다고 한다. 하나는 ‘가난은 소설보다 현실이 더 끔찍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공짜가 반드시 좋지는 않다’는 점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약을 무료로 나눠 주니 아이들이 약을 가지고 공기놀이를 하는데, 진료비 100원을 받았더니 환자들이 약을 잘 챙겨 먹더라는 설명이다.

진료 봉사를 하면서 아내 김미경(49) 서울대 교수를 처음 만났다. 아내와 도서관에서 커피 한 잔 뽑아들고 3시간 동안 수다를 떨다 친해졌다고 한다. 김 교수와 슬하에 외동딸 설희씨를 두고 있다. 설희씨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대학원에서 수학과 화학을 전공했고, 스탠퍼드대 박사과정을 앞두고 있다.

#벤처 사업가로 변신, 신화의 시작

군복무를 마친 이듬해인 95년 안 원장은 단국대 의대 교수직을 버리고 벤처사업가로 변신했다. 처음엔 그동안 개발한 기술을 제공하는 조건으로 비영리 공익법인을 세우려 했지만 정부 기관과 기업 등은 거절했다. 의사 출신인 안 원장을 사업가로 인정하지 않는 눈치였다고 한다. 결국 안 원장은 ‘한글과컴퓨터’와 손잡고 주식회사 안랩을 설립했다. 직원은 3명이었다. 개인에게 백신을 무료로 공급한 안랩은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도 착실히 성장했고, 미국의 한 보안업체가 1000만 달러를 제시하며 매수 의사를 밝혀 화제가 됐다. 안랩은 99년 4월 전국의 컴퓨터 40만대를 다운시킨 ‘CIH바이러스’ 사건을 계기로 급성장했다. 이때부터 안철수의 성공 신화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안 원장은 지난 2월 자신이 보유한 안랩 주식(1500억원 상당)을 출연해 ‘안철수재단’을 설립했다. 사회적 격차 해소를 위해 재단을 운영하겠다고 밝혀 신선한 충격을 줬다. 안랩은 그가 벤처기업가뿐 아니라 재벌 2세들과도 교류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이재웅 전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와 친하다.

안 원장은 2005년 안랩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뒤 미국으로 건너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2008년 다시 한국에 돌아온 그는 카이스트(KAIST)에서 경영학과 교수로 있다가 지난해 6월 서울대로 옮겼다.

#청춘콘서트, 대중성을 드러내다

그가 대중 정치인으로 가능성을 드러낸 것은 청춘콘서트다. 안 원장은 ‘시골의사’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클리닉원장, 평화재단 이사장 법륜 스님, 개그맨 김제동씨 등과 함께 지난해 5월부터 전국을 돌며 대학생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유명 가수들의 순회 콘서트를 방불케 했고, 100일 동안 전국 27개 지역에서 4만3996명이 안 원장을 보기 위해 콘서트장을 찾았다.

안 원장은 청춘콘서트를 통해 20∼30대와 교감했다. 그가 기성세대와 젊은 세대를 잇는 고리로 부각된 계기였다.

아울러 최상용 전 주일대사, 조국 서울대 교수, 배우 김여진씨 등 각계 인사들과 광범위한 인적 네트워크를 쌓기도 했다. 안 원장은 지난해 9월 청춘콘서트에서 “내 멘토는 300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상식파 안철수

안 원장은 보수냐 진보냐는 질문에 상식파라고 답한다. 보수와 진보의 판단 이전에 상식과 비상식을 판단해야 한다는 논리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의 조합, 경제민주화와 재벌 개혁, 남북간 평화체제 확립 등이 우리 시대의 상식이라는 주장이다. 이런 점에서 저서 ‘안철수의 생각’은 ‘안철수의 상식론’이라 불릴 만하다.

그러나 상식파라는 주장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안철수의 생각’에 대해서도 “듣기 좋은 이야기를 짜깁기했다”고 폄하한다. 안철수의 상식이 통할지, 아니면 몽상가로 남을지는 이제 국민의 선택에 달려 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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