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아들이 보낸 소포
음악대학에 다니다 공군 군악대로 입대한 아들에게서 소포가 왔습니다. 늘 내가 보내곤 했었는데 궁금한 마음으로 열어보니 행복이 한가득 쏟아졌습니다. 아버지의 생일선물로 부대 매점에서 산 홍삼이 담겨 있었고 함께 쓴 편지는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여기서는 마땅한 선물도 없어 고민이 많았는데 할머니 돌아가신 것도 그렇고 피곤할 아빠가 힘을 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홍삼을 샀습니다.” “고등학교 때 이런 선물이 집에 많이 들어왔는데 아빠는 먹지도 못하고 내 레슨 선생님 등의 선물로 다 나가는 것을 보았어요.”
언제까지나 철없는 아들일 것 같았는데 기특하고 고마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들이 모를 것 같았고, 알았어도 잊었을 것 같은 일들을 기억하고 있었다는 것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아버지로서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 것을 아들은 잊지 않고 있었으니.
사랑하는 것이 재처럼 그냥 허공에 날아가는 것만은 아닌 모양입니다. 사랑하다가 지치고 또 실망하기도 하지만 사랑의 열매는 반드시 있기 마련입니다. 문제는 그것을 신뢰하지 못하거나 기다리지 못하는 사람에게 있습니다. 사랑이 무르익기도 전에 포기하니 열매를 맛볼 수 없습니다. 열매가 익기 전에 비바람에 떨어지고 벌레가 먹어 상품가치를 잃는다면 안타까운 일이듯 사랑도 채 익기 전에 좌절하고 놔버리니 제대로 된 열매를 얻지 못하는 것이지요. 진정한 사랑이라면 끝까지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 사랑은 험한 산을 넘고 깊은 강을 건너는 순간에도 죽지 않을 만큼 생명력이 있습니다.
당연한 자녀 사랑도 시련을 만나고, 확실한 부부 사랑에도 얼마나 많은 장애물이 있는지요. 그러니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이웃 사랑이야 말할 것이 없을 테지요. 북한에 대한 사랑도 많은 방해거리로 갈등을 겪곤 합니다. 그래도 끝까지 사랑해야 합니다. 적당히 사랑하는 척 하다가 주저앉으니 열매는 맛도 보지 못한 채 아픈 상처만 쌓입니다.
주님은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요 13:1). 가치 없어 보이는 제자들이 배신할 것을 아시고도 끝까지 사랑하셨습니다. 시간적으로만이 아니라 질적으로도 끝까지 사랑하시어 생명까지 주셨습니다. 우리도 이렇게 사랑하라는 것이겠지요.
학생 때 즐겨 부르던 ‘사랑’이라는 가곡이 있습니다. “탈대로 다 타시오. 타다 말진 부디 마오. 반 타고 꺼질진대 애제 타지 말으시오.” 이렇게 이어지는 이은상의 시조에 홍난파가 곡을 붙인 것으로 기억됩니다. 끝까지 다 태워야 진정한 사랑이라는 것이지요.
아들에게서 온 소포에는, 사랑의 열매는 반드시 있다는 메시지가 홍삼이 상징하는 힘처럼 꿈틀거리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보낸 사랑을 먹어서 그런지 그 주일 설교에는 더욱 힘이 넘쳤습니다.
<산정현교회 담임>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