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라동철] 마을공동체 만들기

Է:2012-09-14 18:35
ϱ
ũ
[내일을 열며-라동철] 마을공동체 만들기

어릴 때 내가 살던 곳은 조그마한 시골마을이었다. 얕은 천(川) 건너 행정구역을 같이하는 마을이 있었지만 우리 집이 있던 곳은 10가구가 전부였다.

그 시절 시골이 그러했듯 마을 사람들은 서로를 속속들이 알았다.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인데도 나는 마을 사람들 중에 모르는 이가 없었다. 심지어는 누구 집 어디에 뭐가 있는지도 대강은 알 정도였다. 또래 아이들은 거리낌 없이 이 집 저 집으로 싸돌아다녔다. 어른들도 때론 갈등이 있었지만 어려운 일이 있으면 이웃에 부탁하고 스스럼없이 돕고, 도움을 받았던 것 같다. 대부분 가난했지만 외롭지는 않았던 시절이었다.

세월이 흐르고 세상도 많이 변했다. 40년 전 그런 마을은 이제 옛 말이 됐다. 시골도 그렇지만 대도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일터와 사는 곳이 다른 경우가 많고, 이사 등으로 인구 이동이 잦기 때문이다. 대도시에 있는 주거지는 대개 이웃과 거의 교류가 없는 ‘외딴 섬’들이 모여 있는 공간에 불과하다.

이런 환경에서 타인에게 무관심하고, 고립감에 빠진 이들은 늘어만 간다. 치열한 경쟁에서 밀려난 이들은 의지할 곳을 찾지 못하고 거리로 내몰린다. 공동체 붕괴가 가져온 그늘이다.

이와 관련, 최근 곳곳에서 나타나는 마을공동체 만들기 움직임이 관심을 끈다. 마을 사람들이 소통하고 협력하면서 복지, 교육, 일자리, 문화욕구 등 생활 속의 여러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가자는 운동이다.

이상적이고 추상적이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마을공동체를 만들려는 시도는 점차 확산 추세다. 서울에는 이미 굳건하게 자리 잡은 마을공동체가 여럿 있다. 성산동, 서교동, 망원동 일대 ‘성미산마을’이 대표적이다. 1994년 공동육아 모임에서 발전한 마을이다. 주민들은 대안학교인 성미산학교와 마을극장, 소규모 커뮤니티 등을 매개로 모여 마을의 각종 문제들을 함께 해결해 가고 있다. 우이동, 인수동, 수유3동 일대 ‘삼각산 재미난 마을’도 마을 사랑방 구실을 하는 ‘재미난 카페’와 ‘마을 배움터’, 주민들로 구성된 ‘재미난 밴드’ 등을 운영하며 활력 넘치는 마을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다.

서울 장충동 주민들은 지역 명물인 족발 모양의 ‘족발 쿠키’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업을 한다. 수익금은 지역 소외계층을 지원하거나 마을을 아름답게 가꾸는 일에 사용한다. 서울 면목2동 주민들은 지난해 4월 마을기업 ‘한지랑 칠보랑’을 설립해 도시형 일자리 창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상도 3·4동 일대 ‘성대골마을’은 에너지 절약 운동을 함께 펼치며 일체감을 확인하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마을공동체들이 곳곳에서 뿌리를 내리는 중이다.

지방도 예외가 아니다. 농업공동체의 모범 사례로 꼽히는 전북 진안군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경기도 수원·성남 등 전국 각지에서 주민들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공동체 회복에 나서고 있다.

1990년대 시민단체들이 지역운동 차원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지방자치단체들도 관련 조례 제정과 예산 배정 등을 통해 지원하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시는 최근 은평구에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를 마련하고 5개년 기본계획을 제시하는 등 마을 만들기 사업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마을공동체는 급격한 도시화와 개인주의 풍조 속에서 퇴색해 버린 ‘사람의 가치’와 ‘이웃과의 신뢰 관계망’을 회복하는 통로로 기대를 모은다. 마을 사람들이 마음을 열고 만나 함께 돌보고, 함께 나누고, 다같이 즐기는 마을공동체를 만들려는 노력들이 곳곳에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한다.

라동철 사회2부 선임기자 rdchul@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