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논단-배준호] 국민연금법 개정 신중해야

Է:2012-09-13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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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논단-배준호] 국민연금법 개정 신중해야
지난 6월말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민연금법 개정안으로 재계가 긴장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기준을 강화해 사외이사 추천권, 대표소송 제기권 등을 의무화하는 것이 골자인데 새누리당 실력자 상당수가 법안에 호의적이기 때문이다. 재계는 이 법안이 경제민주화 관련 첫 입법조치가 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경제민주화는 3개월여 남은 대선과 18대 대통령 당선자의 주요 과제가 담긴 공약에서 시대정신을 반영하는 이슈로 거론될 가능성이 높다. 복지나 통합 등도 주요한 의제이다. 하지만 복지는 정치권의 목소리가 비슷한 데다 경기불황에 따른 예산 제약에 발목이 잡혀, 통합은 실체가 모호하여 큰 호응을 받기 힘들 것이다.

‘경제민주주의(economic democracy)’는 영미권 실증경제학에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말로 명확한 정의조차 없다. 이 말을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 다양하게 정의되지만 ‘의사결정을 할 때 관료나 대주주 등 소수가 독단적으로 행하지 않고 국민 일반이나 근로자, 소비자, 협력기업 대표 등 이해관계자 다수가 참여토록 하는 사회경제철학’ 정도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헌법 제199조 2항의 경제민주화를 위한 국가 개입 규정은 1988년 2월의 법 발효 이후 거의 선언적 규정으로만 남았다. 국가가 필요할 때 규제와 조정 형태로 경제에 개입할 수 있다는 내용은 제헌헌법에는 없었다. 그러나 1963년 12월 개정헌법에 처음 도입되었고, 1988년 개정헌법에서 ‘사회정의 실현’에서 ‘시장지배와 경제력의 남용 방지, 경제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민주화’로 개입 근거가 구체적으로 나타났다. 참고로 우리 헌법체계의 원형격인 일본국헌법(1947년 5월)과 독일연방공화국기본법(1949년 5월)에는 경제민주화는 물론 국가의 민간경제 개입 규정이 아예 없다.

1987년 무렵 경제민주화 논쟁의 핵심은 기회균등이었다. 경제력 집중 해소보다 우선순위가 높았다. 입법 마지막 단계에 ‘시장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며’라는 문구가 들어갔지만 이후 글로벌화로 기업의 국제경쟁력 강화가 부각되면서 일선 경제정책에서 이 규정은 존재감이 없어졌다. 2012년의 지금, 국내외 여건은 크게 달라졌을까.

포천의 글로벌 500대 기업 가운데 국내 기업은 2012년 13개로 2005년 11개보다 늘어 세계 8위권이다. 그러나 추세적으로 늘고 있다고 장담하기 힘들다. 현대자동차(92위→117위)와 LG전자(115위→196위)는 순위가 낮아졌고 삼성전자, 포스코 정도가 순위를 올렸다. 우리보다 인구와 경제력 규모가 작은 스위스가 15개, 네덜란드가 12개의 대기업을 보유한 반면 대기업이 적은 이탈리아(9개), 스페인(8개), 대만(6개)의 국가경제력은 위축되고 있다.

글로벌화 정도가 지금보다 덜했던 1986년에도 경제자율화, 정부규제 축소, 관권 배제가 경제민주화의 주요 이슈였다. 그런데 각국이 경쟁적으로 맺고 있는 자유무역협정(FTA)으로 시장이 확대되고 자본이 자유롭게 국경을 넘나들고, 세계 최고기업들이 특허를 앞세워 우리 기업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지금, 정부 개입 강화 방식의 경제민주화가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것일까. 물론 대기업은 경영진의 도덕성을 높이고 임직원 간 급여격차를 줄이며 협력기업과의 동반성장, 수익의 사회환원 등 공익활동을 강화하고 경영관련 각 부문의 투명성을 높여야 할 것이다. 당국도 소득이 분배되는 단계에서 격차가 축소될 수 있도록 법제와 행정지도를 재정비해야 한다.

끝으로 국민연금법 개정안의 국회통과를 경계해야 한다. 그동안 국민연금은 재무적 투자자 입장을 중시하여 민간기업 경영에의 개입을 최소화하였다. 길지 않은 우리 기업사에서 사외이사의 활동과 정부의 이런저런 개입이 기업의 혁신을 주도하여 기업 가치를 높인 사례는 많지 않은 대신 부작용을 일으킨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았다.

배준호 한신대 교수·글로벌협력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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