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쉴 권리’ 빼앗긴 금감원 환경미화원들… “가족 장례때도 경조휴가 못받아”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 근무하는 A씨는 여성 환경미화원이다. 그는 최근 친언니가 심장마비로 사망하자 장례를 치르려고 경조휴가를 요청했다. 하지만 금감원 청소용역업체는 “경조휴가는 없다. 쉬려면 휴가를 쓰라”며 매몰차게 거절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휴가 중 하루를 당겨 썼다.
다른 미화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한 미화원은 오빠가 죽었지만 경조휴가를 받지 못했다. 지난달 큰어머니를 여읜 다른 여성 미화원 역시 이틀 남은 휴가 중 하루를 끌어다 써야 했다.
이들에게 주어진 연간 휴가일수는 3일에 불과하다. 경조휴가는커녕 법으로 보장된 15일 이상의 연차휴가를 써본 이는 아무도 없다. 연차휴가가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다. 용역업체는 되레 “휴가 3일 외에는 하루를 쉴 때마다 월급에서 10만원씩 깎겠다”고 엄포를 놨다. 세후 금액으로 월 100여만원을 받는 이들에게는 열흘만 쉬어도 월급이 다 날아가는 셈이다.
금감원은 연차휴가는 용역업체가 결정하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금감원은 용역업체가 연차휴가를 주지 않은 채 연차수당을 급여에 미리 포함해 지급하는 것을 알고도 이를 무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미화원들은 연차휴가도 제대로 못 가는 상황에서 경조휴가까지 사실상 박탈당한 셈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연차휴가를 갖게 돼 미화원들이 모두 휴가를 간다고 하면 문제가 된다”고 말해 미화원들의 휴가 권리 박탈이 어쩔 수 없다는 식으로 말했다. 용역업체 관계자는 “연차휴가를 가라고 한 적은 없지만 가지 말라고 한 적도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근로기준법 위반이라고 했다. 고용부 근로개선정책과 이상곤 감독관은 “휴가를 못 썼을 때 주는 수당을 미리 지급한다는 건 휴가 청구권 자체를 제한하는 것”이라며 “수당을 줬더라도 휴가를 자유롭게 쓰도록 하고 이미 지급된 수당을 정산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불합리한 처우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용역업체는 지난 4월 금감원과 계약을 맺으면서 미화원들의 일부 수당을 삭감했다. 이달부터는 상조회비까지 걷겠다고 예고했다. 한 미화원은 “경조휴가 하루조차 안 주면서 무슨 상조회비냐”며 “우리 돈 가지고 상조회를 만든다는 것부터 말이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미화원들은 ‘준정부기관’인 금감원에서 수년째 청소 일을 하고 있다.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을 승계하기 때문에 사실상 금감원의 비정규직 직원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금감원은 예산 관리만 할 뿐 구체적 근로조건 등은 방치하고 있다.
금감원은 11일 국민일보가 취재에 들어가자 뒤늦게 용역업체와 협의해 경조휴가 규정 만들기에 나서고, 이미 경조휴가 대신 쓴 휴가는 복원하기로 했다. 다만 상조회비 징수는 의견수렴 중인 사항일 뿐이라는 용역업체 소장의 설명을 전했다. 금감원에서 수년째 일했다는 한 미화원은 “문제가 있다고 해도 누가 감히 말할 수 있겠느냐”며 “우린 먹고 살아야 하니까 입이 있어도 찍소리 못한다”고 하소연했다. 용역업체 소장은 이날 새 경조휴가 규정을 공지하면서 점심시간 외출금지를 강조하는 등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고 한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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