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북극해 간 까닭?… ‘모순의 땅’서 개발·보존 해법찾기
국민일보 신창호 기자 동행 취재
그린란드의 첫 인상은 인공위성이 전송한 화성 표면 사진 같았다. 9일(현지시간) 오후 2시쯤 덴마크령 그린란드 캉겔루수아크발(發) 쌍발 프로펠러 여객기에서 내려다본 땅은 옷이 벗겨지듯 거대 빙하가 다 녹아 있었다. 맨살을 드러낸 땅은 검붉은 색이다. 군데군데 얼음이 녹은 웅덩이가 자리 잡고 있었다. 태초 이래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신천지. 하지만 이곳은 인류가 만들어낸 비극, 북극 온난화의 산 증거다.
이명박 대통령과 수행단이 탄 비행기는 오후 3시쯤 인간이 살 수 있는 북방 한계선상에 놓인 일룰리사트에 착륙했다. 쿠피크 클라이스트 그린란드 자치정부 총리가 영접을 나왔다. 원주민 이누족(族) 출신인 클라이스트 총리는 이 대통령에게 환영의 인사와 함께 “이곳은 모순의 땅”이라고 말했다. 매일같이 빙하가 녹아내리는 그린란드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 셈이다. 개발이냐 보존이냐. 기로에 놓인 이 땅에서 인류는 둘 가운데 하나만 선택할 순 없어 보인다.
이 대통령은 숙소호텔에 여장을 푼 뒤 곧바로 일룰리사트 앞 바다를 항해하는 쇄빙선에 올랐다. 빙하 해빙의 현장을 보기 위해서다. 유빙(遊氷)을 뚫고 천천히 쇄빙선이 달리자 조각조각 빙산 덩이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멀리 자그만 빙산조각 하나가 녹아 바닷속으로 모습을 감춘다. 특별수행원으로 동행한 산악인 엄홍길씨는 “녹다 남은 유빙들이 얼음쓰레기처럼 떠 있네”라고 했다.
“여기는 비극의 장소다.”
이 대통령은 쇄빙선 뱃머리에서 바다를 응시하며 이렇게 말했다. 클라이스트 총리는 “이곳 주민들은 매일 기후변화를 겪는다. 지난해 여름의 빙하 지형이 올해는 완전히 바뀌었다. 며칠 전과 오늘이 또 다르다”고 설명했다. 올 여름 그린란드 표면 빙상 해빙은 관측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50년간 그린란드 빙상층은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그린란드 환경 ‘위기’는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제공했다. 한반도 10배 크기의 이 땅은 석유, 가스, 희토류, 리튬 등 막대한 자원이 묻혀 세계 각국이 개발 각축전을 벌이는 지역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북극 지역 석유 매장량은 최소 400억∼1600억 배럴로, 연간 세계 석유 소비량(300억 배럴)을 훨씬 웃돈다. 희토류 역시 세계 수요량의 25%를 차지한다.
지구 온난화를 완화시키는 동시에 개발 수요를 충족시키는 묘수는 없을까. 그린란드 자치정부 관계자는 “언제나 모순은 동전의 양면처럼 극단적으로 보이지만, 결국 인류는 두 극단을 해소하는 해답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곳을 국빈 방문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현 정부의 녹색성장 전략을 통해 경제성장과 기후변화 대응의 균형을 이뤄가겠다는 ‘역발상’이라는 게 청와대 설명이다.
쇄빙선 현장 방문을 마친 이 대통령은 클라이스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한·그린란드 자원협력 MOU(양해각서), 광물자원협력 MOU, 지질연구협력 MOU, 극지과학기술협력 MOU 등 4개 협정 서명식에 참석했다. 이어 클라이스트 총리 주최 공식 환영만찬에서는 프레데릭 크리스티안 덴마크 왕세자를 비롯해 덴마크 정부 주요 관계자들과 북극지역 온난화의 심각성과 대응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10일 새벽 일룰리사트의 하늘엔 별과 달이 쏟아질 듯 굵게 박혔다. 부두의 가로등 불빛과 바로 앞 바다 유빙들은 서로 겹쳐보였다. 온난화의 비극과 이를 이겨낼 인류의 희망이 혼재된 것 같았다.
일룰리사트=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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