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경의 열매] 김해영 (7) 좁고 높은 大入문턱… 두번째 도전도 실패
‘이렇게 아파서 누워 있으려고 그동안 죽을 만큼 노력했는가.’
‘이렇게 살다가 죽을 거라면 왜 아파하고 슬퍼하며 살아야 하나.’
1989년 12월, 나는 지원한 대학의 합격자 명단에 내 이름이 없는 것을 보고 쓰러졌다. 2번째 대입 실패였다. 성탄이 지나고 새해가 왔지만 몸을 전혀 쓰지 못하고 누워 있었다. 병원에서 진찰을 받고 검사도 해 보았으나 원인을 알 수가 없단다. 한의원에서 침도 맞았지만 전혀 효과가 없었다.
원인을 모른 채 누워 있으면서 인생에 대해 생각했다. 성공을 향해 달려가던 인생이 하루아침에 쓰러져 방바닥에 누워 있다. 생각해보니 참으로 기가 막힌 일이 아닐 수 없었다. 내가 뭘 잘못했단 말인가. 열심히 산 죄밖에 없는데 왜 쓰러져서 벌을 받고 있단 말인가. 이십대 중반으로 접어들었다. 기능대회를 준비하던 십대 후반에 야간학원에 다니면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의 검정고시를 모두 합격했다. 이십대 초반엔 대학에 가기 위해 회사 다니는 틈틈이 공부했다. 니트 디자이너의 꿈을 꾸며 섬유학과와 의상학과를 준비했다.
하지만 대학 문턱은 높았다. 1년간 밤에 학원을 다니면서 중학교와 고등학교 과정을 검정고시로 마쳤기 때문에 기초실력이 많이 부족했다. 6년 동안 꼬박 공부한 학생들과 경쟁하다니 말도 안 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하면 된다”, “노력하면 할 수 있다”고 외치는 것도 지나치면 만용이다. 낮에는 일하고 밤에는 입시공부를 하며 2년간 노력했지만 내 능력의 한계를 경험할 수밖에 없었다.
예수님을 믿는다고 했지만 나의 믿음이란 보통의 기독교인의 수준에 불과했다. 그래도 10여년 가까이 예배당을 들락거린 것은 무서운 일이다. 누워 있으면서 곰곰이 생각하니 인생의 답은 성경에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인간적인 노력들을 그만두고 시편 1편부터 읽어나갔다. 하나님께 답을 구했다. 움직이면 통증이 심하니까 가만히 누워 있는 상태에서 밤낮으로 성경을 읽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성경책 옆에 있던 ‘빛과 소금’이라는 잡지를 읽게 됐다.
무심하게 기사를 읽어가던 중 거창고등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배운다는 ‘직업선택의 10계명’이 눈에 들어왔다. 아니 정확하게 표현하면 내 마음에 들어왔다.
고민 중에 보게 된 이 기사는 한마디로 충격이었다. 열 가지의 주옥같은 교훈은 내 영안을 뜨게 했다. 알고 보니 이는 설교시간에 내내 들었던 말씀이 아니던가! 때마침 그날 새벽 읽은 성경말씀은 시편 119편 9절 말씀이었다.
“청년이 무엇으로 그의 행실을 깨끗하게 하리이까. 주의 말씀만 지킬 따름이니이다.”
시편 말씀은 내게 한줄기의 빛처럼 다가왔다. 하나님은 그날 기도 가운데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얘, 너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면 어떻겠니. 네가 필요로 하는 일은 남들도 다 하는 일이란다. 내가 시키는 것을 하면 어떠니.’
아니, 이것이 무슨 말인가? 나는 공연히 억울한 마음이 솟아올랐다.
‘아이고, 주님, 무슨 말씀이세요. 저 이제 좀 살만해요. 그냥 제 인생 살게 좀 도와주세요. 대학도 가고, 돈도 벌고… 성공이 바로 눈앞에까지 왔다고요.’
‘얘, 성공! 성공! 이 세상 사람들이 가는 그 길을 너까지 갈 것 없다. 너는 마음을 지킬 일이다.’
그럼에도 하나님 앞에서 변명할 것이 많았다. ‘하나님, 그러지 마세요. 건강하고 대학도 졸업하고…, 멀쩡한 사람 많잖아요. 그 사람들 데려다 쓰세요.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을 할래요. 제가 어떻게 이룬 성공인데 그러세요.’
정리=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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