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대량생산의 시대에서 취향의 시대로 바뀌는 세상이다. 애플을 따라하다 1조원의 벌금을 물게 될 처지인 삼성 방식. 자기만의 개성으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박재상(가수 싸이의 본명)의 길. 미래에는 어느 쪽이 더 유효할지 명백하다.
싸이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던지는 질문은 이것이다. 삼성에게는 삼성만의 스타일이 있는가. ‘강남스타일’이 ‘파티 록 앤섬(Party Rock Anthem)’이란 노래와 비슷하다고 해도 싸이가 가수 LMFAO의 카피캣이라고 하는 사람은 없다.
반면 갤럭시S는 아이폰과 유사하다고,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 배심원들의 평결 이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대놓고 말해왔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아시아판 8월 9일자 5면에서 “삼성이 미국과 일본의 경쟁업체를 뛰어넘어 매출에서 최대 규모의 기술업체가 됐지만 창의력이 부족해 수익이 낮고 주가도 시장점유율에 비해 낮다”고 분석했다.
제조업과 연예산업을 어떻게 나란히 비교하느냐고? 소니와 애플의 사례도 있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한때 소니의 디자인에 깊이 매료됐다. 집 근처 소니 매장의 직원을 스카우트했을 정도다. 그렇지만 애플이 소니를 모방했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 소니 스타일이 없었더라도 잡스는 미니멀한 디자인을 찾아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LMFAO가 없었더라도 싸이는 강남의 허세를 비웃는 파티 음악을 만들어 냈을 것이다. 지난 10여년간 싸이가 내놓은 음악을 보면 알 수 있다.
이번 재판에서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이 논란이 됐다. “둥근 바퀴는 왜 특허를 내지 않았느냐”고 사람들은 비웃었다. 트레이드 드레스 특허다. 이건 간단한 개념이 아니다. 애플은 30년 전부터 일관되게 모서리가 둥근 사각형을 추구했다. 아이폰 외형부터 ‘밀어서 잠금해제’라는 초기화면과 아이콘, 인터넷 주소창까지 둥근 사각형이다. 바로 그런 취향과 개성, 사용자에게 주는 경험 자체가 애플의 특징이다.
삼성에겐 삼성만의 취향이 있는가. 적어도 미국 남부 중산층 소비자인 캘리포니아 배심원들이 보기엔 없었다. 재판에 불공정한 면이 있다고 해도, 이 점이 중요하다. 갤럭시S는 이 회장이 2010년 3월 경영일선에 복귀한 뒤 삼성이 사력을 다해 만들어낸 제품이었다. 성능은 아이폰보다 뛰어났다. 하지만 개성은 뚝딱 만들어 낼 수 없었다. 바로 그 개성을 베꼈다는 게 미국 배심원들의 판단이었다.
삼성은 애플의 특허 소송이 혁신을 가로막는다고 주장한다. 맞다. 그런데 혁신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얻는 것이다. 삼성은 사람의 마음을 얻고 있는가. 이것이 싸이가 주는 메시지의 핵심이다. 싸이는 유튜브의 뮤직비디오 한 편으로 강제(?) 해외진출이라는 소동을 일으켰다. 세계가 국경과 경제력을 넘어 취향과 개성을 따라 연결되는 네트워크 세상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대량생산의 세계에선 사람이 생산자와 소비자로 나뉜다. 생산자는 매끈하게 잘 만들어서 공급만 하면 된다. 취향과 네트워크의 세계에선 성능이 조금 뒤처지더라도 호감이 가는 개성과 세계관을 드러내는 제품이 선택을 받는다. 수동적인 소비자가 아니라 같은 취향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의 일원이 되고 싶기 때문이다.
세상은 바뀌고 있는데, 삼성은 아직 대량생산 시대의 사고방식에 머물러 있는 모습이다. 사람들의 마음속에선 ‘삼성보다 싸이’인 이유다.
국제부 김지방 차장 fatty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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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김지방] 삼성보다 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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