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등급 상향됐다지만… 수출 부진·내수 침체 장기화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2곳이 잇달아 한국의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면서 우리 경제가 크게 호전되는 것 같은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의 신용등급이 강등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렇다. 하지만 실제 국내 경제 상황과는 온도차가 크다. 수출 부진은 물론 내수 침체 장기화의 결과가 곳곳에서 확인되면서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불경기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신용등급 상향에 고무됐던 정부도 급기야 10일 2조원 정도의 돈을 푸는 추가 경기부양책을 내놓겠다고 나섰다. 한국 경제가 낙관할 상태가 아니라는 반증이다.
이 같은 원인은 신용등급이 당장의 경제 상황을 설명하는 수단은 아니라는 데 있다. 개인에 대한 신용등급처럼 국가 신용등급도 국가 부채의 상환 능력, 즉 ‘빚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의 등급을 올린 무디스와 피치가 내세운 가장 큰 이유도 재정건전성이었다. 9일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월드팩트북’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가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의 33.6%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30위로 낮은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피치의 신용등급 상향으로 우리보다 등급이 떨어진 일본의 GDP 대비 국가 부채비율은 211.7%로 압도적 1위였다.
또 두 신용평가사 모두 한국의 거시경제정책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경기가 더 악화됐을 때 쓸 정책적 수단이 남아 있다는 점 때문이다. 대표적인 게 기준금리 수준이다. 재정위기를 겪는 유로존 국가 등은 물론 거의 제로금리에 다다른 일본(0.1%)과 달리 한국의 기준금리는 3%대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한국 경기가 회복됐다거나 앞으로 좋아질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실제 지난 6월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수출 증가율은 7, 8월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내수는 금융위기 이후 최악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달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은 사상 처음으로 각각 3개월, 5개월 연속 줄어들었고, 자동차 내수 판매량도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월 이후 가장 적었다. 내수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 지표인 신용카드 국내 승인액은 지난해 8월보다 8.0% 늘어나는 데 그쳐 2009년 10월 이후 처음 한 자릿수대 증가율을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의 설비투자 부진도 계속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분기 설비투자가 3.5% 축소되면서 3조4450억원의 부가가치와 5만6270개 일자리가 사라졌다”면서 “투자활성화 대책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앞으로 전망도 밝지 않다. 한국 신용등급을 높인 무디스가 한국의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3.5%에서 2.5%로 낮췄고, 피치 역시 2.5%로 내다봤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한국의 신용등급 상향은 소득이 줄었어도 빚 갚을 능력은 있다고 평가받은 것이지 실물 경기가 좋다는 의미가 아니다”고 진단했다.
조민영 백상진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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