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선 D-100] 단일화 ‘어게인 2002’ 노리는 민주… 상황은 딴판
대선에 임하는 민주통합당의 최대 ‘카드’는 후보 단일화다. 이해찬 대표는 물론이고 경선 후보들도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과의 단일화를 공언한다. 배경에는 2002년 후보 단일화의 추억이 있다. 당시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단일화는 극적인 대선 역전승을 연출했다. 하지만 지금의 단일화 구도는 2002년과 많이 다르다.
◇후보 단일화의 추억=노무현 후보가 민주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건 2002년 4월 27일이었다. 완전국민경선을 통해 ‘이인제 대세론’을 꺾은 노 후보의 지지율은 60%에 육박했다. 그러나 ‘YS 시계’ 사건을 계기로 곧 추락하기 시작했다. 후보 선출 인사차 김영삼 전 대통령을 찾아가 “대통령께서 주신 시계를 아직 차고 있다”고 말한 게 호남과 진보진영의 지지를 깎아내렸다. 6월 지방선거까지 참패하며 지지율은 두 달 만에 20%대로 급전직하했다. 엎친 데 덮쳐 정몽준 의원이 월드컵 4강 열기를 업고 9월 17일 대선 출마를 선언하자 다시 10%대로 떨어졌다.
민주당은 난리가 났다. 의원들은 후보 교체론을 주장하며 ‘후보단일화협의회(후단협)’를 만들어 노 후보를 흔들어댔다. 중진 의원의 탈당도 잇따랐다. 당시 노 후보의 지지율은 10% 포인트 이상 차로 정 후보에게 밀려 있었다. 그래도 노 후보는 공개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후보(정몽준)와의 단일화는 있을 수 없다”고 말하며 버텼다. 그가 단일화 추진에 수긍한 것은 11월 초가 지나서라고 한다.
당시 단일화에 깊이 개입했던 민주당 김한길 최고위원은 9일 “‘노무현 단일화’는 노사모 열풍, 전국 순회 유세 등을 통해 정몽준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한 자릿수로 좁힌 뒤에야 비로소 본격화됐다”며 “단일화가 가능하려면, 또 그 효과가 극대화되려면 두 후보의 힘이 엇비슷해야 한다”고 말했다.
노 후보 측 선대위는 11월 초 서울 모 호텔에 모여 단일화 여부를 놓고 밤샘 격론을 벌였다. 결국 표결 끝에 6대 5로 단일화에 나서기로 결정됐고 노 후보도 받아들였다. 정 후보 측과의 단일화 협상이 타결된 것은 11월 16일, 노 후보가 단일 후보로 확정된 건 대선을 불과 3주 남짓 앞둔 25일이다. 단일화 직후 여론조사에서 노 후보는 지지율이 40%대로 껑충 뛰며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반년 만에 처음 앞섰다. 이것이 선거 전 공개된 마지막 여론조사였다.
◇민주당의 ‘이상동몽’(異床同夢)=민주당은 지금 한창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고 있다. 이르면 16일, 결선투표까지 가면 23일 후보가 결정된다. 2002년에 비해 5개월이나 늦다. 당시 노 후보는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된 ‘상수(常數)’이고, 정 후보는 뒤늦게 뛰어든 ‘변수(變數)’였다. 이번엔 민주당 밖에 있는 안 원장에게 지난해 말부터 ‘야권 유력주자’란 수식어가 붙고 있다. 출마선언을 안 하고 있는 데도 새누리당은 민주당 후보가 될 사람보다 그에게 더 신경을 쓴다. 민주당 후보와 제3후보의 ‘상수-변수’ 관계가 역전됐다.
아무리 지지율이 낮아도 “단일화 안 한다”며 막판까지 버텼던 노 후보와 달리 현재 민주당 경선후보들은 출마하면서부터 “반드시 단일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안 원장과의 지지율 차이가 10년 전 노·정 후보 격차보다 더 벌어졌던 상황에서 먼저 단일화 얘기를 꺼냈다. 김한길 최고위원이 말하는 단일화 성공 조건에 비춰보면 ‘별로 효과가 없는’ 주장을 앞 다퉈 내놓은 셈이다.
지난주 안 원장과 문 고문의 지지율 차이가 5% 포인트대를 보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10% 포인트 이상 벌어졌던 지난달보다 많이 줄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벌어져 있던 격차가 점차 좁혀져 단일화 이후 시너지 효과를 봤던 2002년처럼 경선이 끝나면 문 고문 지지율이 더 올라갈 것”이라며 10년 전과 같은 단일화 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문 고문의 최근 지지율은 안 원장 검증 국면의 반사이익이란 분석도 많다. 박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선 여전히 크게 뒤져 있다. 민주당 경선도 연일 잡음과 갈등이 계속되고 있어 컨벤션 효과가 크지 않으리란 관측까지 나온다.
백민정 기자 minj@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