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안주연] 범인과 아저씨
요즘 유난히 성범죄 기사가 많아 분노의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보통 사건 기사에는 범인이 범죄자가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나온다. 불행한 가정사와 함께 꼭 따라다니는 것이 동영상과 게임이다. 모방범죄 이야기도 나온다. 동영상 때문에 범죄를 저지른다니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지금 영화관이나 TV 드라마, 개그 프로그램에서 음주, 폭력, 범죄 장면은 일상다반사로 나온다. 동영상 때문이라면 우리는 커피숍에서 상대방에게 물을 쏟고, 이익을 위해 살인도 서슴지 않고, 한탕 하러 저 멀리 마카오로 날아가야 하는 것 아닌가. 참으로 쉬운 이유를 가져다 댄다고 생각했다.
그러던 중 ‘다이하드 경찰관’으로 화제가 된 김현철 경사 기사를 읽었다. 그는 영화 ‘투캅스’를 보고 형사가 되고 싶었다고 한다. 나도 ‘호텔리어’란 드라마를 보고 호텔에 관심을 갖게 됐으니 영상물의 영향을 무시할 수 없겠구나 생각했다. 서브리미널 혹은 잠재의식 광고라는 것이 있다. 사람이 인식할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영상, 낮은 음역으로 메시지를 전달해 사람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광고 기법이다. 1957년 미국의 제임스 비케리가 영화관에서 상영 중인 필름 사이에 ‘콜라를 마시자’ ‘팝콘을 먹자’ 광고를 3000분의 1초로 영사했더니 영화관 내 매점에서 2개 상품의 매출액이 급증했다고 한다.
잠깐의 메시지에도 이렇게 행동이 바뀌는데 지속적으로 같은 메시지를 주는 영상물을 본다면 변화되지 않을 수 없다. 초등학생을 성폭행하고 살해한 김수철은 범행 전날 아동 음란물 동영상 50여편을 봤다. 세뇌 수준이다. 더 놀라운 것은 우리나라 아동 음란물 유통량이 세계 5위라는 것이다. 4위인 일본은 인구가 1억2000만명, 우리나라의 2배가 넘는다. 1인당 양은 우리나라가 훨씬 많을 것이다. 아동 음란물에 빠져 제2의 고종석, 김수철이 될 잠재적 성범죄자가 얼마나 더 있을지 모른다.
요즘 초등학생 등하굣길을 부모가 당번제로 맡는다고 한다. 한 동료는 얼마 전부터 아버지는 이 자리에 나설 수 없게 됐다고 씁쓸해했다. 요즘 아동 대상 성범죄자 대다수가 이웃 아저씨였기 때문이다. 경찰은 아동 음란물에 대한 대책을 발표했지만 과연 이것으로 성범죄가 막아질지 의문이다. 오히려 영화 ‘아저씨’처럼, 특수요원은 아니라도 위기에 처할 때 도움의 손길을 뻗는, 믿을 수 있는 아저씨들이 우리 주변에 아주 많았으면 좋겠다.
안주연(웨스틴조선 호텔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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