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없는 특허전쟁] 뒤늦게 팔걷은 정부… 한국산 ‘특허괴물’ 키운다

Է:2012-09-07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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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성없는 특허전쟁] 뒤늦게 팔걷은 정부… 한국산 ‘특허괴물’ 키운다

요즘 한국 축구팀은 국제경기에서 경계 대상이다. 세계축구의 변방이던 과거와 다르다.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뛰어넘는 한국 기업에 수많은 견제를 가한다. 그 중 가장 강력한 게 특허 소송이다. 급기야 우리 수출 기업들은 많이 팔수록 많이 당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정부도 지식재산(IP·Intellectual Property)이 21세기 국운을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산업화시대인 20세기. 당시엔 자본가가 공장에서 물건만 잘 만들면 큰돈을 벌 수 있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제조업은 매력을 잃어갔다. 1∼2개월 만에 ‘짝퉁’이 등장하는 등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높은 인건비로 제조업 경쟁력을 상실한 선진국들은 ‘먹을거리’ 고민에 직면한다. 그러다가 상대적으로 많은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지식재산 분야를 앞세우면서 지식기반사회로의 전환을 시도했다. 옛 로마제국이 식민지의 반란을 빠른 시간에 제압하기 위해 전 영토에 도로를 건설한 것처럼 선진국들도 특허권이나 상표권으로 로열티를 받아 큰돈을 챙기는 산업구조를 만들어 놓은 게 패러다임 전환 배경이라는 얘기다. 최강국 미국이 세계에서 로열티 수입이 가장 많다는 점은 이 같은 가설을 뒷받침한다.

◇바빠진 우리 정부=미국발 특허 전쟁의 파고는 하루가 다르게 거세지고 있다. 경제상황과 특허소송은 반비례한다는 법칙이 만들어질 정도로 글로벌 경기침체가 심화되자 ‘특허괴물’로 불리는 특허전문기업(NPE)에 의한 지식재산권 소송도 폭증세다.

우리 정부도 주력산업인 IT 분야에 국제 특허소송이 집중되자 팔을 걷어붙였다. 지식재산기본법이 시행된 지난해에는 대통령 산하 지식재산위원회가 출범했다. 지식재산정책의 컨트롤타워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허분쟁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2017년까지 지식재산 인력 15만명 양성 계획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앞서 2010년에는 지식재산 관리회사인 ‘인텔렉추얼디스커버리’를 설립했고, 올해는 특허 운영회사인 아이디어브릿지를 세웠다. 물론 여전히 자본금은 400억원대에 머물고 있고, 소유권을 보유한 특허는 1000건이 안 될 정도로 성과는 미미하다.

지식경제부도 품목별 분쟁정보 교환 및 공동대응 전략 마련을 위해 업계·협회·특허전문가로 구성된 협의체 운영에 들어갔다. 또 연간 5억원을 들여 특허소송 관련 정보의 통합적 관리 및 미래분쟁 예측을 위한 ‘특허분쟁 예보시스템’을 시범서비스 중이다. 특허청은 해외기업과 특허 분쟁 중인 국내 중소·중견기업들에 컨설팅을 지원하고 있다. 또 지식재산권 분쟁 관련 소송 보험료 일부를 지원한다. 관련 판례 등 지식재산권 정보와 NPE들의 동향 정보도 제공하고 있으며, 해외진출 기업을 위한 해외 지식보호센터도 운영 중이다.

◇한국산 ‘특허괴물’ 육성해야=특허 전문가들은 앞으로 기축통화는 달러가 아닌 지식재산인 시대가 도래한다며 국가적 대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지적재산권 권위자인 심영택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발명으로 먹고사는 발명가를 양성하고 이들을 기르는 국가적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하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투자자나 특허펀드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훌륭한 발명가이며, 발명가들에게는 연구개발(R&D) 투자와 함께 적극적인 보상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심 교수는 또 특허심사 전문인력을 늘리는 방안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기업들이 특허를 무서워하고 스스로 ‘특허괴물’이 될 수 있는 풍토 정착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최근 3년간 미국 특허 침해 소송 배상금의 중간값이 1000만 달러 정도인 반면 한국은 6000만원 수준에 그치고 있으며 그나마 특허권자가 소송에서 패할 확률이 80%에 가깝다”며 “우리 기업들은 특허 소송에서 패해도 수천만 원이면 해결된다는 생각에 특허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특허강국으로 성장하기 위해 특허 손해배상금 규모를 경제 규모와 비슷한 수준으로 높이는 관련 법 손질이 필요하다고 충고한다.

특허전문가들은 “미국의 삼성-애플 소송 결과에 대해 보호주의가 반영된 편향된 판결이라고 비난만 할 게 아니다”며 “애플이 경쟁사보다 몇 배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배경에 특허 로열티가 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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