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성없는 특허전쟁] ‘카피캣’ 낙인 땐 치명상 눈엣가시 한국기업 뭇매
총성 없는 특허전쟁이 전 세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글로벌 특허전쟁은 정보통신(IT), 전자 분야에서 금융, 운수업, 농업까지 전장을 가리지 않고 확산 중이다. 대기업이나 중소기업, 연구소나 개인 등 특허를 훔쳤다고 생각되면 규모를 따지지 않고 공격대상이 된다.
특허전쟁에서 패한 기업들은 많게는 수조원대의 배상금을 무는 패잔병 신세가 돼 존폐 기로에 놓인다. 각 기업들은 특허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경쟁회사의 동향을 파악하는 전통적인 첩보전과 기밀·인력 빼가기 등 위험스런 작전을 병행한다.
특히 한국기업들이 글로벌 특허전쟁의 먹잇감으로 부상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삼성전자, LG전자, 현대자동차 등 우리 경제를 이끄는 기업들이 줄줄이 국제 특허분쟁에 휘말린 상태다.
지난달 7일 애플이 지분 58%를 갖고 있는 지식재산 전문회사 록스타비드코가 자신이 보유한 특허를 침해했다며 삼성전자, LG전자, 팬택 등 휴대전화 제조업체 3사를 제소한 것과 같이 외국기업이 한국기업들을 묶어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도 일반화됐다.
2007년부터 6년 동안 국내 기업에 대해 소송을 제기한 사례 821건 중 미국 기업이 540건으로 65.7%를 차지한다.
이 같은 경향은 자유무역협정(FTA)의 확산으로 특허권이 보호대상이 된 데다 자국 시장을 잠식하는 한국기업이 눈엣가시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또 제품을 생산하지 않으면서 기업으로부터 특허권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로열티 수입을 올리는 특허관리전문회사, 일명 특허괴물들의 마구잡이식 소송도 원인이다.
특허를 무기로 하는 외국기업들은 돈이 된다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선전포고한다. 미국의 특허연구기관인 페이턴트프리텀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0∼2011년 2년 동안 제조업·금융업·소매업·운송업·농업·호텔서비스업 등의 특허소송 합계가 사상 처음으로 IT업계 특허소송 건수를 뛰어넘었다. 특허소송의 안전지대가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스마트폰 혈전에서 볼 수 있듯이 천문학적 배상금도 문제지만, 카피캣(모방자) 오명으로 인한 시장에서의 신뢰도 추락, 주가 하락 등의 후폭풍도 무섭다.
특허분쟁만 기업을 괴롭히는 것은 아니다. 올 상반기 우리 기업들은 사상 최대 수준인 23억 달러(2조6162억원)를 로열티로 외국 기업에 지불했다. 힘들게 제품을 팔아 남긴 이익으로 외국기업의 주머니를 채워주고 있는 셈이다.
한국기업들은 비상이 걸렸다. 특허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최선의 전략은 인재 수급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은 특허 전문가들을 채용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 로펌들도 특허전문 변호사와 변리사 찾기에 혈안이 돼 있다.
정보전도 빼놓을 수 없다. 비슷한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경쟁사보다 특허를 먼저 따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7일 “연구개발 정보를 얻기 위해 학연 등을 이용해 경쟁사 직원을 포섭하는 경우도 있다”면서 “IT나 전자 관련 개발인력은 전공과 대학이 비슷한 경우가 많아 접촉이 쉽다”고 실정을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연구팀 직원이 갑자기 사표를 낼 때 의심할 수밖에 없는 게 업계의 답답한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다 보니 정보를 얻는 것만큼이나 지키는 것도 중요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연구개발팀이나 특허팀 직원들이 무엇을 하는지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고 귀띔했다.
특허를 얻기까지의 과정은 더욱 치밀해졌다. 한화그룹의 한 관계자는 “태양광발전 등 신성장동력으로 삼고 있는 주요 사업의 경우 제품 개발 과정부터 연구팀과 법무팀, 특허팀이 공동으로 작업하며 만일에 발생할 수 있는 특허관련 시비를 줄이기 위해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장성근 연구위원은 “한국의 선도적인 기업들도 그동안 국제시장에서는 1등을 따라가는 후발주자였기 때문에 특허분쟁에서 수세적인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면서 “갈수록 경쟁이 격화되는 글로벌 특허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독창적인 원천기술을 개발하는 게 최선의 수비이자 공격”이라고 지적했다.
하윤해 기자 justi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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