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노트-백소영] 존재의 깊이

Է:2012-09-07 17:28
ϱ
ũ

인내심이 참으로 부족한 시대입니다. 생명이 자라나는 데, 창의력이 꽃피우는 데, 나의 헌신이 아름다운 관계성으로 열매 맺는 데는 언제나 오랜 기다림이 필요한 법인데…. 오늘의 세상은 우리를 자꾸 재촉하기만 합니다. 빨리 독보적인 성과물을 내어 놓으라고, 30초 광고처럼 짧은 시간 동안 너의 상품가치를 보여 보라고, 내가 하나 주었으니 얼른 너도 하나를 내게 내어 놓으라고….

그래서 요즘엔 어른들도 아이들도 다 설익어 가나 봅니다. 충분한 햇살과 쭉쭉 뻗어 자랄 만한 여유로운 공간과 비옥한 토양, 그리고 은혜처럼 내리는 단비! 이와 더불어 필요한 ‘기다려줌’이 없어서 이 가을 충실한 열매로 영글어야 할 하나님의 사랑하는 자녀들이 모두 다 설익어 갑니다. 설익은 열매가 되어 나와서도 부끄러움을 모릅니다. 저 어설픈 줄은 모르고 남만 판단합니다.

신학을 하고 싶다는 어린 제자에게 아주 오래전 저의 스승님 한 분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신학자는 존재의 깊이와 영혼의 민감함을 가져야 한단다.” 껌뻑껌뻑 그때는 미쳐 다 헤아리지 못했던 그 깊은 말씀을 이제야 비로소 새겨봅니다. 어디 신학자뿐이겠습니까. 하나님이 이 땅에 내어 놓은 단 하나의 ‘고유한 나’로서 존재하기. 설렁설렁 대충대충 빨리빨리 스치듯 지나가는 그런 인생이 아니고, 우리 존재의 근원이신 하나님께 굳건히 뿌리 내리고 깊게 내 존재의 깊이를 더해가면서 그렇게 자라나야 하는 것은 모든 ‘낳아진’ 생명의 목적이요 의무겠지요.

이렇게 존재의 깊이를 더해가는 성장에는 언제나 시간이 필요합니다. 당장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아래로 깊게 자라나는 존재의 뿌리는 그 어떤 비바람과 태풍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단단히 우리를 지켜줄 테니까요. 존재의 깊이를 가진 눈으로 세상을 이웃을 친구를 가족을 너를 그리고 나 자신을 여유롭고 넉넉하게 바라보는 이들이 많아지기를 기도하고 또 기도합니다.

백소영 이화여대 인문과학원 교수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Ŀ
Ϻ IJ о
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