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민, 中企 인력난에 숨통] 사교성·성실성·책임감 뛰어나 “함께 일해보니 훌륭한 동료”
<3> 탈북민에 대한 편견 버리니…
경기도 화성시 남양동에 위치한 포장박스 제조업체 창조프린팩은 탈북민 이성진(가명·41)씨에게 그 어떤 ‘특별대우’도 해주지 않는다. 탈북민이지만 다른 직원보다도 더 동료와 잘 어울려 지내기 때문이다.
햇수로 2년째 같이 일하고 있는 동료 김도준(41)씨는 “퇴근하고 나면 이씨와 함께 자주 소주잔을 기울이곤 한다”며 “말도 잘 통하고 사람들과도 잘 어울려 평소에 탈북민이라는 생각이 따로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씨는 같은 지역에 있는 다른 탈북민과 축구 동호회 활동도 하고 있다.
인력을 총괄하는 김남국 총무이사는 “처음엔 탈북민에 대한 선입견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씨와 함께 일하다보니 생각이 달라졌다”며 “식사나 회식 자리도 항상 즐기고 워낙 사교성이 좋아 이질감을 찾아볼 수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중소 제조업체인 창조프린팩은 전체 직원 70명 중 55명이 생산현장에 있다. 그중 탈북민 직원은 이씨 한 명이다. 이씨는 입사 1년 만에 관리자급으로 승진했다. 회사와 동료들로부터 책임감과 성실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동료들과 잘 어울리는 사교성까지 겸비한 이씨는 직장인에게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춘 셈이다.
330㎡(100평) 정도 되는 작업장에서 접착기 3대를 관리하면서 다른 외국인 직원들의 작업을 관리·감독하는 게 이씨의 업무다. 지난달 16일 찾은 작업장에서 이씨는 휴대전화, 자동차 부품 등 여러 가지 포장 박스들이 쌓여있는 가운데 작업에 몰두해 있었다. 접착기는 포장 박스의 이음새를 붙이는 기계다. 박스 제조 과정은 표면에 인쇄를 하고 그것을 코팅한 뒤 틀을 만들어 찍어내면 이음새를 붙여서 육면체 모양으로 만드는 순서로 이뤄진다.
이씨는 검수 전 마지막 과정을 책임지는 것이다. 이씨는 매일 다른 직원들보다 30분 정도 일찍 출근해 기계를 세팅한다. 하영선 총무과장은 “탈북민이 관리자급에 오르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일을 빨리 배우고 책임감 있게 일하는 모습이 사장의 눈에 띄어 관리자급으로 승진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아내, 아들과 함께 2009년 탈북, 중국으로 갔다가 하루 만에 서울로 들어온 운이 좋은 경우다. 아내는 다른 지방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이씨는 아들과 함께 회사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다. 지난해 업체 사장이 지역 경찰 관계자와 가진 모임에서 이씨를 알게 돼 지난해 9월부터 창조프린팩에서 일하고 있다.
이씨의 소망은 얼른 돈을 모아 떨어져 있는 아내와 다시 함께 사는 것이다. 관리자급이 되고 나서는 월급도 많이 올랐다. 이씨는 “일본어가 많은 작업용어를 처음에 잘 못 알아들었던 것만 빼고는 일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며 “기계가 생각대로 안 움직일 때 힘들지만 새로운 기술을 배우는 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인력난이 심한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오랫동안 성실히 일할 사람을 찾는 게 가장 큰 문제다. 그러나 대부분 젊은이들이 월급이 많지 않고 힘든 일을 기피해 한두 달 버티다가 떠나는 실정이다. 조선족이나 외국인 직원들은 일감이 줄어 잠시라도 급여가 낮아지면 곧바로 그만둔다. 하지만 탈북민은 남한에서 어떻게 해서든 정착해야 하기 때문에 꾸준히 일하는 편이다.
하 과장은 “이씨가 자본주의 사회의 분위기에 대해 잘 모를까 봐 걱정하기도 했지만 다른 사람들과 잘 융화되는 걸 보니 다행”이라며 “우리부터 탈북민에 대한 편견을 버려야겠다”고 말했다.
화성=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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