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즈음, 마음속까지 환해지도록 웃어요… 룸투리드 서울지부 이끄는 28세 동갑내기들이 사는 법

Է:2012-09-0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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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 즈음, 마음속까지 환해지도록 웃어요… 룸투리드 서울지부 이끄는 28세 동갑내기들이 사는 법

스물여덟살. 질풍노도의 청춘과는 작별해야 하지만 기성세대로 안주하기에는 아직 이른 나이. 지금까지 살아온 대로 살 것인지, 새로운 길을 찾아나서야 할 것인지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는 때. 바로 그 시기를 살고 있는 황정민(회사원·남), 박정원(대학원생·남), 허은빈(큐레이터·여), 조재연(회사원·남), 박지혜(대학원생·여), 박세정(회사원·여)씨. 1984년 동갑내기인 이들에게도 그동안 크고 작은 변화들이 있었다. 누구나 들어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에 사표를 내고 대학원에 진학한 이도 있고, 아예 해외 유학을 떠난 이도 있다. 또 아직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한 이도 있다. 하지만 이들은 요즘 마음속까지 환해지도록 웃는 일이 잦아졌다.

지난달 29일 서울 청담동 한 카페에 모인 이들을 만났다. 떠나가는 청춘이 아쉬울 ‘서른 즈음’의 이들이 기꺼이 웃는 이유를 듣기 위해서. “서울 청담동 유진화랑에서 지난달 27∼29일 화장품브랜드 ‘에이숍’과 함께 펼친 룸투리드(Room To Read) 사진전을 정리하기 위한 자리”라고 밝힌 정민(지부장)씨는 모두 친구들로 룸투리드 서울지부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룸투리드는 미국인 존 우드(마이크로소프트 이사 출신)가 변화의 첫걸음은 아이들의 교육이라는 비전을 갖고 2000년 설립한 비영리단체다. 이 단체는 네팔 남아공화국 등 개발도상국의 어린이들에게 도서관과 학교를 지어주고 책과 장학금을 보내주고 있다. 서울 지부는 2010년 4월 45번째 지부로 등록, 활동하고 있다.

이들이 룸투리드를 알게 된 것은 정원씨를 통해서였다. 몇 해 전 그라민재단 아시아지역 담당 자문관으로 홍콩에서 근무할 때 룸투리드를 접한 정원씨는 친구들에게 슬며시 ‘떡밥’을 던졌다. 존 우드가 자신의 경험을 담아 펴낸 책 ‘히말라야 도서관’을 친구들에게 선물한 것.

정민씨는 “책에서 여학생 1명이 1년간 공부할 수 있는 장학금 250달러는 그 여학생의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내용을 읽으면서 자책감이 들었다”고 했다. 한 달 동안 친구 만나 술 마시고 노는 데 드는 비용과 얼추 같아서였단다. 지혜씨는 “중학교를 중퇴하고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돈벌이에 나서는 동남아 여학생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동안 엄청난 혜택을 받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받은 혜택을 나누고 싶어 동참했다”고 말했다. 지혜씨 말에 세정씨와 은빈씨도 고개를 끄덕였다.

이들은 발족 이후 지금까지 이벤트와 희망저금통 등을 통해 기부를 받고, 연말 화가들의 재능기부를 받아 제작한 카드를 판매해 모금한 1만3000달러를 본부에 송금했다.

모금활동을 하면서 좋은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돼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세정씨는 “본부를 통해 교육열이 높고 우리나라와 인연도 깊은 베트남에 도서관을 2개 지어줬고, 여학생 10명에게 1년치 장학금을 주었다”고 밝혔다. 큐레이터로 카드 제작과 행사 기획에 큰 몫을 해내고 있는 은빈씨는 “여학생에게 장학금을 준 것은 여학생을 교육하면 한 가정과 다음 세대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인데 룸투리드 본부의 취지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들은 올봄부터 국내 여자 어린이들 돕기에도 나섰다. 60여명의 여자 어린이들이 있는 선덕원(서울 응암2동)에서 토요일마다 중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 모임의 활력소를 담당하고 있다는 재연씨는 “토요일 오전 수업을 해야 하니 금요일 친구들과 한 잔 하는 자리가 많이 줄어들어 생활이 건전해졌다”며 하하 웃었다. 세정씨도 “개인적으로 시간관리를 하게 돼 외려 낭비하는 시간이 적어졌다”고 덧붙였다.

정민씨는 “앞으로 중·고교, 대학, 회사, 단체 등에서 자생적으로 룸투리드 서울 지부 지회가 형성될 수 있도록 홍보를 열심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활동기금 마련을 위해 각자 주머니를 털어 연회비(10만원)를 내고, 소중한 시간을 기꺼이 할애해 모금 행사를 펼치고, 주말 오전마다 재능 기부를 하고 있는 이들은 “또래 친구들이 큰 의미 없는 수다나 떨고 놀러 다니는 시간을 뜻있게 쓸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준 룸투리드에 감사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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