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김영재] 한·중, 전략적 동반자 맞나?
2012년은 우리나라와 중국이 정식 수교한 지 만 20년이 되는 의미 있는 해다. 1992년 우리나라는 정치외교적인 이유와 경제적인 이해관계가 부합하여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혈맹관계를 유지해온 대만과 국교를 단절하고 아직도 휴전상태에 있는 북한과 혈맹관계인 중국과 정식으로 수교를 선언함으로써 동북아 정치 및 경제 질서에 큰 변화를 초래했다.
중국은 1978년 개혁·개방정책을 선언한 뒤 한국식 경제발전 모형에 대한 관심이 높았으며 1987년 천안문사태 이후 정치외교적인 변화도 필요했다. 동시에 우리나라 역시 1988년 서울 올림픽 개최 이후 경제적인 성장과 함께 정치외교적인 측면에서 새로운 변화(시도)가 필요했던 것으로 이해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장 인접한 국가로 20세기 초 일본의 식민지로 전락하기까지 수천년 동안 문화적, 정치적 및 경제적 관계를 지속해 왔다. 전쟁과 동맹관계의 반복과 함께 양국은 흥망성쇠를 같이하면서 언어와 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2차 세계대전 이후 남북 분단과 함께 오랜 역사적 관계가 중단되었다가 1992년에 이르러 새로운 관계가 시작됐다.
아마 한·중 수교 20년의 가장 큰 의미는 2008년 중국 베이징에서 양국 정상이 선언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라고 생각된다. 경제적인 측면에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는 다소 쉽게 이해가 될 것 같다. 지난 20년 동안 양국의 교역 규모는 무려 35배 이상 증가했다. 수교 당시 양국의 수출과 수입을 합한 교역 규모는 불과 64억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지난해는 2206억 달러나 됐다. 이는 우리나라 제2, 제3의 교역국인 미국과 일본을 합친 규모보다 더 크다. 특히 대중 무역흑자 규모가 지난해 477억 달러에 이르러 중국이 우리나라의 무역흑자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같이 양국의 경제적 협력이 비약적으로 확대되면서 두 나라의 경제적인 위상도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다. 수교 당시 우리나라의 경제 규모가 3299억 달러로 세계 14위였으며, 중국은 4227억 달러로 세계 10위를 기록해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지난해의 경우 중국의 경제 규모가 7조2892억 달러로 우리나라의 6.5배에 달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성장했다. 이미 2010년 중국의 경제 규모가 일본을 추월하여 이른바 G2로 불리면서 중국의 경제적 기능과 역할도 변화하기 시작했다.
2000년대 중반까지 중국은 저임금을 바탕으로 세계의 공장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으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면서 13억6000만명 이상의 인구를 지닌 거대한 시장으로 빠르게 변모하고 있다. 이미 베이징과 상하이 등 주요 도시의 물가 수준이 우리나라와 유사하거나 우리나라보다 높아 저임금에 의한 가격경쟁력은 이미 옛말이 되었으며, 세계 각국의 기업들이 거대한 시장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하는 각축장이 되고 있다. 즉 지난 20년 동안 경제적 성과는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 이상의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정치외교적인 측면은 어떠한가. 2010년 발생한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도발에서 보여준 중국의 태도로 볼 때 두 나라는 과연 전략적 동반자 관계를 얘기할 수 있을까. 정치외교적인 측면에서 한·중관계에는 북한과 미국을 배제할 수 없는 현실적인 제약이 존재한다. 미국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혈맹이며, 중국 역시 북한의 오래된 혈맹이다. 과거 20년 동안 한·중 양국이 이룩한 경제적 성과를 더욱 확대시키고, 양국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하여 정치외교적인 관계는 매우 중요한 토대다. 더욱 성숙한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로 발전하기 위하여 두 나라는 서로의 차이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확대하면서 상호 신뢰도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가야 할 것이다.
김영재 부산대교수·중국연구소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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