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열며-박강섭] 畵中之松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출입금지가 문화재 보존의 능사가 아니라고 주장했던 유홍준씨는 2004년 문화재청장으로 부임하자마자 먼지가 10㎝나 쌓인 경회루를 찾았다. 그리고 한 달 동안 먼지를 쓸고 닦은 후 40년 만에 시민의 품으로 돌려보냈다. 사람 온기가 스며들면서 경회루는 출입금지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생기를 되찾았고, 우리나라 문화재 정책은 보존에서 활용으로 대전환을 하는 계기를 맞게 되었다.
최대의 금강송 군락지인 경북 울진의 소광리 금강송 숲이 ‘출입금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일반인 출입이 금지된 이곳이 지난 6월 ‘한국관광의 별’을 수상하면서 세간에 널리 알려진 때문이다. 출입금지 구역인 줄 모르고 먼 길을 달려온 관광객들은 입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출입을 막는 산림청 직원과 입씨름을 하는가 하면 관할 관청도 아닌 울진군청에 항의전화를 하는 바람에 애꿎은 공무원들만 곤욕을 치르고 있다.
수령 520년 금강송을 비롯해 200살이 넘는 금강송 8만여 그루가 자라는 소광리 금강송 숲의 역사는 조선시대 숙종 때로 거슬러 오른다. 숙종은 궁궐의 기둥이나 왕실의 관으로 사용되는 금강송을 보존하기 위해 황장봉계 표석을 세우고 일반인의 출입을 철저하게 금지했다. 이어 1959년에는 국내 유일의 육종림으로, 2001년에는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돼 보호되고 있다.
산림청은 산림생태계의 보전과 식물의 유전자원을 보호하기 위해 소광리 금강송 숲을 비롯해 전국 462곳을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관리하고 있다. 야생화로 유명한 강원도 인제 점봉산과 기암괴석이 아름다운 동해 무릉계곡도 출입이 금지되거나 제한적으로 허용되는 보호구역이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황폐화됐던 산림이 금수강산으로 복원된 것도 이처럼 산림 당국의 강력한 보호정책에 기인한 것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산림이 관광자원으로 각광받으면서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지고 있다. 관광객을 한 명이라도 더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와 산림청의 갈등도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소광리 금강송 숲도 지역사회 관광 발전에 기여한다는 목적으로 지난해부터 인터넷 예약을 통해 하루 100명의 출입을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에는 출입 허용 인원이 너무 적고 그나마 왕복 18.7㎞에 이르는 금강소나무숲길 3구간을 걷는 탐방객들에 한해 소광리 금강송 숲을 개방해 일반인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불원천리 달려왔다가 발길을 돌려야 하는 탐방객들의 허탈감은 산림 당국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기도 한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탐방객들에게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 국립공원을 보존의 대상에서 보존과 활용의 대상으로 개념을 바꿨다. 자연휴식년제와 탐방 프로그램을 도입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에는 국립공원을 지역민의 소득 향상에 기여하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해 호평받고 있다. 문화재청도 2008년부터 활용을 통해 문화재 가치를 높이고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는 문화재 생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산림청도 이제는 관광자원으로 활용 가능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의 개방 폭을 확대해야 하는 시대적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야생화 훼손 우려가 높은 인제 점봉산은 현재처럼 제한적 개방을 하는 것이 옳다. 하지만 숲은 지정된 탐방로를 둘러본다고 해서 금강송이 훼손되지는 않는다. 특히 입구에서 미인송이 위치한 1㎞ 구간은 시멘트길이라 더 이상 훼손될 여지도 없다.
자연은 인간과 공존할 때 가치가 높아지는 법이다.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을 꿈꾸는 소광리 금강송 숲이 경직된 보존 정책으로 ‘화중지송(畵中之松)’에 머물지 않고 사람과 함께 호흡하면서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하기를 기대해본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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