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윤선희] 특허소송에서 살아남는 법

Է:2012-08-29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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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풍향계-윤선희] 특허소송에서 살아남는 법

“상대국 지적재산권 체계 아는 게 급선무…원천기술 확보 위한 R&D 투자 확대를”

지난 주말 삼성이 한국 법원에서 애플에 판정승을 거둔 반면 미국에서는 완패하면서 스마트폰 업계가 격변의 시대를 맞게 됐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새너제이연방지방법원에서 엔지니어, 사회복지사, 주부 등 IT 비전문가로 구성된 9명의 배심원들은 700여개 쟁점을 22시간 만에 처리하고, 평결지침이 109쪽이나 되고 평결양식이 20쪽 33개항이나 되는데도 판사에게 질문 하나 없이 애플에 완승을 안겨주는 평결을 내렸다. 같은 영·미법계인 영국법원에서 지난 7월 삼성 스마트폰이 애플의 디자인 특허를 침해하지 않았다고 판정한 것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이를 두고 졸속 평결이라는 세계 각국 전문가들의 지적이 확산되고 있으니, 정식 판결을 해야 할 루시 고 판사의 고민은 깊어질 것이다. 일본 법원이 31일 삼성의 손을 들어주는 판단을 내린다면 고 판사가 배심원들의 평결에 대해 일정 수준의 수정을 가하더라도 여론이 따갑게 보지 않겠지만, 만약 애플의 손을 들어준다면 평결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만약 삼성이 이번 소송에서 패하면 소위 ‘애플세’를 물고 제품을 판매 금지당하는 것보다 카피캣(모방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미국 시장점유율(22%)의 축소가 더 염려스러울 것이다. 한국이라는 국가 이미지도 타격을 입게 됨은 말할 것도 없다.

이번 비전문가들의 평결은 자국 기업의 이익을 우선하는 애국주의 정서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서에 편승해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면 수출이 살 길인 우리 기업들은 이런저런 규제를 받게 된다.

삼성·애플은 특허소송을 통해 경영전략을 홍보전략에서 소송전략으로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이 소송은 분쟁기술이나 분쟁디자인의 종착역인 연방최고법원까지는 가지 않고 항소나 상소 중 적정한 시점에서 크로스 라이선스나 화해방식으로 해결될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는 상대국의 법규와 제도를 제대로 알고 있었는지 뒤돌아봐야 한다. 배심원들은 이 사건의 평결을 통해 ‘트레이드 드레스(trade dress)’ 침해라고 지적했다. 트레이드 드레스란 다른 제품들과 구분되는 외형이나 느낌을 뜻한다. 크기, 모양, 색채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전체적으로 독특한 이미지를 줄 경우 트레이드 드레스를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미국은 지적재산권법 체계상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한 권리를 폭넓게 인정하는 것과 대조적으로 우리나라 법에는 이런 보호규정이 없고 법원에서도 이를 상당히 제한적으로 해석해 왔으며 이런 경향은 이번 소송에서도 나타났다.

우리가 비싼 등록금을 치른 사례로는 1991년 GE사가 국내 일진다이아몬드에 공업용 다이아몬드의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을 들 수 있다. 일진다이아몬드는 GE의 퇴사자를 고문으로 영입한 것이 밝혀져 GE의 영업비밀을 유출한 것으로 인정되었고 결국 GE와 협상해 로열티를 주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국내에 영업비밀에 관한 법률이 도입됐다.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는 특허 존속기간이 만료됐는데 무슨 소리냐며 미국의 기술보호주의, 통상압력 등이라고 주장하며 특허법만으로 대응했는데, 미국 법원은 우리나라에 없는 영업비밀법 침해로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이제 우리도 트레이드 드레스에 대한 논의를 활발히 하고 이를 법률적인 측면에서 검토해야 한다. 기업들은 방어기술이나 회피기술이 아니라 원천기술을 갖기 위해 연구개발(R&D)에 더 투자를 해야 하고, 경영진도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과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삼성·애플사건은 최종 결정된 것은 아니다. 고 판사는 1개월 후에 판결을 내리게 된다. 우리 국민들과 삼성은 분노하지도 실망하지도 말고, 또 두려워하지도 말고 사건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기술혁신에 나서야 한다. 이것만이 삼성뿐 아니라 우리나라가 살 길이라 확신한다.

윤선희 한양대 교수 법학전문대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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