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오경아] 자연의 위대한 가르침
1987년 10월 15일 런던을 포함한 영국 남부지방에 대재앙이 찾아왔다. 허리케인이 훑고 지나가면서 18명의 사상자를 냈다. 인명피해가 적었던 건 철저한 대비 때문이었다. 그러나 밖에서 자라는 나무를 구해낼 방법은 없었다. 런던의 왕립식물원 큐가든을 비롯해 최고 정원의 수백년 된 나무가 뿌리째 뽑혔다. 무려 1억5000만 그루에 달했다. 이 모든 일이 딱 하룻밤 사이의 일이었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였다. 유명 정원의 수장(首長)들인 헤드 가드너들은 뽑힌 나무들을 수거해 연구를 시작했다. 나무가 얼마나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었는지를 조사했고, 뽑힌 나무와 살아남은 나무의 기록을 비교하며 그 차이를 연구했다. 피해가 가장 심했던 내셔널 트러스트에서는 2007년 허리케인 이후 20년간의 연구 기록을 공개했다.
그뿐 아니다. 2000그루가 뽑힌 셰필드 공원은 나무 심기의 방법에 문제가 있음을 알고 식재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고, 배수관의 중요성을 절실히 깨달아 배수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했다.
숲 전체가 사라진 스코드우드에서는 허리케인이 키 큰 나무를 뽑아낸 뒤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관찰했더니 거대한 나무가 사라진 숲에 인동초, 헤더 등 작은 관목이 번졌고 이로 인해 숲속엔 작은 새, 토끼, 부엉이 등이 더 많이 찾아왔다. 결론적으로 생태계가 더욱 다양해졌다는 걸 20년 후 알아차린 셈이다.
스코틀랜드 출신 조경학자인 이안 맥하르그는 1969년 ‘Design with Nature’라는 책을 발간했다. 그는 책을 통해 미 뉴저지 해안가를 수년간 관찰한 뒤 터득한 자연의 교훈을 말해준다. 해안가는 끊임없이 파도가 쳐댄다. 그런데 그 파도는 그냥 오는 것이 아니라 모래를 실어오고 그 모래를 쌓아 둔덕을 만든다. 그 둔덕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점점 높아져 해풍과 파도를 막아준다.
그리고 바로 이 자리에 갈대류의 식물이 파고들어 벨트를 만들고 이 벨트를 안전선 삼아 키 큰 나무가 뿌리를 내린다. 모래를 싣고 온 파도가 스스로 파도를 막는 자연의 방파제를 만든 셈이었다. 이에 대해 맥하르그는 “자연이 하고 있는 일은 우리의 지식으로는 도저히 다 간파하기 힘들다”며 “우리는 자연으로부터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자연은 재앙 속에서도 분명 우리에게 무엇인가를 주려고 한다. 그걸 찾는다면 재앙이 반전되어 혜택으로 돌아올 수도 있는데 그걸 우리는 매번 급한 마음에 놓치고 산다.
오경아(가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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