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관선 목사의 시편] 어머니

Է:2012-08-28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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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선 목사의 시편] 어머니

어머니를 천국으로 보내드리고 늦은 토요일 밤 책상에 앉았습니다. 아무도 없는 적막함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쓸쓸한지요. 다시는 그분의 숨결을 느낄 수 없고 따스한 손길을 잡아 볼 수 없다는 이별 때문인가요. 그렇게 사랑하는 어머니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도 없고, 장난기 가득하셨던 어머니의 넉넉한 말씀을 추억으로 간직해야 한다는 생각이 더욱 쓸쓸하게 합니다. 어머니를 사랑할 수도 또 어머니의 사랑을 받을 수도 없게 되었다고 생각하니 많이 아픕니다. 떠나보내고 나니 찾아오는 이 아픔, 이 후회.

생각해보면 어머니와 함께한 그 많은 날들은 어머니를 사랑하기보다 그 사랑을 받은 날들이었습니다. 93년의 짧지 않은 세월, 어머니는 사랑하며 사셨습니다. 나의 어린 시절 어머니는 집에 찾아오는 그 많던 거지를 집안에 들여 정성껏 밥상을 차려 대접하는 가슴이 참 따뜻한 분이셨습니다. 목사님의 심방에 온갖 마음을 쏟으시며 사랑을 표현하셨고 구역식구들이 찾아올 땐 전날부터 분주하셨습니다. 없는 살림에도 천국의 기쁨을 만들었습니다.

넷째 아들이자 7남매 중 여섯째인 필자는 목회의 길을 가고 있었기에 어머니의 사랑을 더 많이 받았습니다. 눈물로 간절히 기도하시던 어머니의 모습이 생생합니다. 아들의 목회를 위해 쏟으신 정성과 사랑의 보살핌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이제 그 자리를 누가 대신 할 수 있을까요.

어머니를 사랑하기보다 사랑받기에 익숙한 세월 때문에 이제 그 손길을 어디서 찾을까 생각하니 아쉬움이 큽니다. 입관하면서 마지막으로 본 어머니 얼굴은 사랑이었습니다. 사랑 가득한 얼굴은 웃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했습니다. ‘이제 나 말고 많은 어머니를 만들어라. 주변을 돌아보면 참 많은 어머니가 있을 것이니 그분들을 사랑하라.’

십자가에서 사랑하는 어머니와 제자를 보시면서 하신 주님의 말씀과 같았습니다. “보라 네 어머니라.” 요한에게 마리아를 어머니처럼 섬기라는 뜻이겠지요.

이제 많은 어머니를 만들어야겠습니다. 내가 사랑하고 섬길 사람을 더 찾아야겠습니다. 외롭고 지친 사람들을 내 어머니인양. 시골 장마당에 손수 뜯은 나물 몇 가지 펼쳐놓으신 할머니의 주름진 얼굴과 거칠어진 그 손길을 볼 때 어머니처럼 대하고 싶습니다. 지하철역 입구에 쭈그리고 앉아 김밥 몇 줄 파시는 그 할머니를 어머니처럼 섬기고 싶습니다. 차가운 지하 셋방에서 콜록콜록 기침이 그치지 않는 그 할머니들까지.

그렇게 사랑하면 나를 사랑해주실 어머니도 많아질 것 같습니다. 그렇게 사랑하면 어느새 이별의 아쉬움 속에 천국으로 보내드린 어머니는 내 앞에 미소 머금고 앉아 계실 것 같습니다. 어·머·니!

<산정현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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