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특허전쟁] 삼성전자 7.45% 폭락… 총액 14조 증발
27일 오전 5시, 미국 증시가 끝나기도 전에 국내 증권사 트레이더들은 출근을 마쳤다. 해외 증시와 각종 파생상품 동향으로 복잡한 멀티모니터 한가운데에 삼성전자 주가 그래프가 크게 출력돼 있었다.
오전 7시, 각 자산운용사에서는 긴급 투자전략 회의가 시작됐다.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와 애널리스트들이 참석한 회의에는 애플과의 미국 특허소송에서 완패당한 삼성전자에 대한 보고서가 올라와 있었다. 삼성그룹 주식 운용 규모가 큰 자산운용사들의 회의 시간은 평소보다 길었다.
오전 9시, 증시가 열리자 삼성전자 주가는 추락했다. 전 거래일 종가(127만5000원)보다 6.75% 하락한 수준에서 거래되기 시작했다. 동시에 서울 여의도 증권가에서는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 증권사 투자정보팀 시황 담당자는 “여의도에만 하루 일찍 태풍이 상륙했다”고 했다. 소송 완패라는 ‘예보’는 있었지만 다가올 피해 규모는 짐작하기 어려웠다.
이날 삼성전자 주식은 개장 10분 만에 28만주가 거래됐다. 평소에는 하루가 꼬박 걸리는 거래량이다. 개인·외국인·기관투자가는 삼성전자를 두고 난타전을 벌였다. 거래량이 평소의 250∼300% 수준으로 증폭하면서 주당 120만원에 이르는 대장주가 마치 코스닥시장의 ‘잡주’처럼 출렁거렸다.
각 증권사 투자정보팀 직원들은 대응 전략을 30분 단위로 갱신해 PB(프라이빗 뱅커)들에게 보내느라 분주했다. 한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비상사태라는 말도 모자라고, 패닉이라고 해야 맞다”고 했다. 애널리스트들의 휴대전화는 삼성전자 주가의 향방을 묻는 펀드매니저와 영업직원 문의로 쉬지 않고 울려댔다.
장 마감인 오후 3시가 가까워지면서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의 매매 형태가 뚜렷하게 엇갈렸다. 한국거래소 시황분석팀은 “국내 기관이 3300억원 이상 삼성전자 주식을 던졌지만 외국인은 삼성전자의 기업 가치에 비해 주가가 저평가된 시점이라고 인식해 1900억원을 샀다”고 진단했다. 증권가도 외국인의 매매 태도를 추천했다. 대다수의 증권사 리서치센터는 삼성전자의 저점을 110만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저가 매수의 기회로 삼으라고 권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전거래일보다 9만5000원(7.45%) 하락한 118만원으로 마감하며 시가총액 14조원을 하루 만에 잃었다. 평소 30만주가량이었던 거래량은 127만주가 넘었다. 삼성전자 주가가 9만원 이상 떨어지기는 증시 상장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하락 폭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였던 2008년 10월 24일(-13.76%), 2008년 10월 16일(-7.86%) 이후 세 번째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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