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박정태] 성범죄자 인권 타령할 건가

Է:2012-08-27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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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박정태] 성범죄자 인권 타령할 건가

“대부분의 강간범이 ‘여성에 대한 증오심’ 때문에 그런 짓을 저지른다고 여기는 전통적인 시각은 남성의 병적이고 좌절된 성적 특질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다. ‘강간한 남자들: 가해자의 심리’의 저자인 니콜라스 그로스는 강간범들의 특이한 심리적 특성 몇 가지를 밝혔다. 그중에는 ‘분노-보복 강간 살인’이 있다. 그의 책을 읽다 보면 범죄자들이 저지른 폭력이 대부분 극심한 화풀이에서 비롯됐음을 알 수 있다.”

미국의 진화생물학자와 정신과 의사 부부가 인간의 화풀이 심리를 분석한 ‘화풀이 본능’에 나오는 내용이다. 그로스에 따르면 강간범의 심리적 특성은 이렇다. 희생자의 사망 여부와 상관없이 가해자가 정신적 만족감을 얻을 때까지 강간과 살인은 계속된다. 강간과 살인을 통해 목적을 달성했다고 여기는 범죄자들은 범행 현장을 떠날 때 후련하고 상쾌한 기분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들은 대부분 살인을 희생자의 탓으로 돌리며, 어떤 죄책감도 느끼지 않는다.

정부 대책은 여전히 미흡

‘화풀이 본능’의 저자는 역사와 사회 문화의 경계를 넘나드는 사회심리학적 분석 등을 통해 보복, 복수, 화풀이를 고통 떠넘기기 행위라고 봤다. 성적 폭력 등 모든 폭력은 고통 전가라는 것이다. 일정 부분 설득력이 없지 않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고통을 전가하지 않는 ‘용서’에 방점을 두는 저자의 처방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특히 성범죄는 반인륜적 흉악범죄이기에 더욱 그렇다.

최근 대한민국 사회에서 기승을 부리는 성야수(性野獸)들의 범죄는 실로 충격적이다. 자녀 둘을 유치원 차량에 태워 보내고 집에 돌아온 주부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사건, 성폭행 실패 후 도주하다 인근 가정집 가장을 흉기로 숨지게 한 사건 등등. 범인들은 왜곡된 성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단란한 가정의 행복을 송두리째 앗아간 인면수심의 상습범들이다. 범인들은 죄책감도 없다. “잡히면 교도소에 가면 되고 안 잡히면 그만” “반항하지 않으면 죽이지 않았을 것”이라니. 강간범의 특성에 관한 그로스의 진단대로다. 그런데 이들을 ‘용서’하라고?

피해자 가족의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게다. 야수에 의해 희생된 가정주부의 남편은 이렇게 울부짖는다. “우리 가족이 받은 고통만큼 꼭 고통스럽게 죽으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분노한다. “어떤 사람은 범죄자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한다. 그런 악마에게 얻어맞고 죽은 우리 아내는 그럼 뭔가. 이 나라는 어떻게 사람을 죽인 사람만 인권이 있는가.”

이제 정부가 이 남편의 외침에 답할 차례다. 이번 사태를 통해 성범죄 제도와 대책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전자발찌의 허점, 성범죄자 관리 부실, 허술한 신상공개제도, 형식적 교화 프로그램, 턱없이 부족한 전문인력, 법무부와 경찰 등 관련기관의 비협조, 법원의 소극적 태도…. 그간 극악무도한 아동 대상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비난여론에 떼밀려 뒷북대책을 내놓았건만 그것마저도 수박 겉핥기였음을 방증한다.

범죄 의욕 완전히 꺾어야

그럼에도 정부가 27일 관계장관회의를 통해 내놓은 성범죄 사회안전 대책은 여전히 미흡하다. 성범죄자에 대한 화학적 거세의 경우 요건은 완화하기로 했지만 새누리당이 전날 발표한 화학적 거세 전면 확대 추진안에 못 미친다. 인권 침해 논란 때문이란다.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피의자 인권을 운운할 만큼 그렇게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지금은 대한민국 사회와 가정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는 지경이다. 범죄가 갈수록 흉포해지는 가운데 누가 언제 야수들의 표적이 될지 모른다. 국가의 존립 이유가 무엇인가. 누범자 영구 격리 등 범죄 의욕을 완전히 꺾는 강력한 법집행과 함께 예방과 치료에 실효성 있는 근본대책이 나와야 한다.

박정태 문화생활부장 jtpar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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