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의 샘] 山行

Է:2012-08-27 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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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의 샘] 山行

가을장마다. 북태평양 고기압이 힘을 잃고 물러서기 시작하면서 길다랗게 장마전선을 형성하여 궂은 비를 뿌린다. 간간이 태풍까지 거든다. 매년 반복되는 이 현상이 상상력을 자극해 견우직녀의 전설을 만들었다.

전설은 또 다른 전설을 만든다. 한 무제 때 장건이 황하를 거슬러 올라가다가 어떤 마을에 이르렀다. 여인이 베를 짜고, 사내가 소에게 강물을 먹이고 있기에 여기가 어디냐고 물었다. 여인은 엄군평에게 물어보라고 대답했다. 뒤에 엄군평에게 물어보자, “며칠 전 객성(客星)이 견우성과 직녀성을 범했는데, 지금 보니 그대군요”하고 대답했다. 지상의 황하가 천상의 은하와 연결된다는 상상이 만들어낸 이야기다.

이 계절 연암은 길에 올랐다. 골 깊은 산길이다. 옆으론 푸른 산이 가파르게 솟아 하늘에 닿을 듯하다. 산자락엔 다랑논이 고기비늘처럼 다닥다닥 이어졌다. 다락논은 아스라이 하늘로 이어지고 위쪽 다랑논은 흰 구름에 가려 있다. 구름 너머에선 소를 부리는 농부의 말소리가 들려온다. 순간 연암의 상상력은 천상의 견우에 가 닿았다. 마침 서편 하늘에 초이레 낮달이 하얗다.

넉 줄의 시엔 동양적 판타지가 아름답게 녹아 있다. 구름 저 너머 하늘 끝으로 이어진 다랑논은 천상 세계로 올라가는 푸른 계단이다. 견우는 이 계단의 양 끝에서 천상 세계의 인물이 되기도 하고, 인간 세상의 농부가 되기도 한다. 다랑논을 가린 흰 구름은 견우를 저편 세계로 갈라놓는 지상의 은하수다. 연암은 흰 구름 너머의 견우에게 소리친다. 다랑논의 계단을 따라 하늘로 올라가라고. 흰 반달을 타고 은하를 건너 연인을 만나라고.

연암의 말을 따라 시를 읽는 이의 마음도 다랑논의 계단을 따라 하늘로 올라간다. 산색과 하늘색, 구름색과 은하의 색이 어우러지는 몽환적 상상력에 정신이 아득하다.

이규필(성균관대 대동문화硏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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