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 힘빼고 초심으로 그의 미소가 맑아졌다… 열번째 영화 ‘미운 오리 새끼’로 돌아온 곽경택 감독

Է:2012-08-26 18:42
ϱ
ũ
어깨 힘빼고 초심으로 그의 미소가 맑아졌다… 열번째 영화 ‘미운 오리 새끼’로 돌아온 곽경택 감독

250억원 들여 ‘장동건’하고만 찍다… 제작비 10억원 - 신인 6명과 촬영

곽경택(56) 감독이 힘을 쫙 빼고 돌아왔다. 영화 ‘친구’(2001)로 관객 800만명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총 제작비 250억원의 ‘태풍’(2005)을 만들었던 그가 초심으로 돌아갔다. ‘고작’ 10억원으로 신작 ‘미운 오리 새끼’를 만든 것이다. 이 영화에는 스타도 없다. 스타는커녕 주·조연 6명이 연기를 처음 해본 신인이다. 지난해 SBS 연기자 선발 오디션 프로그램인 ‘기적의 오디션’에 심사위원으로 나갔을 때 만났던 출연자들이다.

2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곽 감독은 “검증이 안 된 이들에게서 원숙함 대신 신선함을 느꼈다”고 말했다. 18개월 방위로 군복무를 한 감독의 자전적인 군대 이야기를 이들과 풀어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의 열 번째 작품인 ‘미운 오리 새끼’는 가장 완성하기 어려운 영화였다. 신인 배우를 내세운 데다 ‘관객들이 재미없어 하는’ 군대 이야기를 다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아무리 곽 감독이라도 투자를 받기 어려운 건 당연한 일. “무모한 짓이라며 반대하는 이들이 많았어요. 대한민국 모든 투자사에게 거절당했지요. 다행히 주변 지인들의 도움으로 찍을 수 있었어요. 찍다가 돈 떨어지면 멈췄다가 투자 받으면 보충 촬영하는 식이었죠.”

이런 사정이라 중대장 역을 맡은 조지환은 웃지 못할 일도 겪었다. 영화를 위해 어렵게 25㎏을 찌웠다가 촬영이 끝난 줄 알고 몸무게를 뺐는데 돈을 구해온 감독이 보충 촬영한다고 해서 급하게 15㎏를 다시 찌워야 했다.

감독 배우 모두 개런티를 받지 않고 뛰어들었다. “이 작품은 마치 어디에 홀린 듯 지금 아니면 못 찍는다는 생각으로 시작했지요. 예산을 최대한 줄이고 관객 30만명만 돌파하자는 각오로 뛰어들었죠. 다행히 롯데시네마가 배급은 확보해줬고요. 시사회를 본 지인이 ‘신인을 쓴 건 잘한 일이다. 낯선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온다’고 해주셔서 기뻤습니다.”

30일 개봉하는 ‘미운 오리 새끼’는 1987년을 배경으로 ‘신의 아들’이라 불리던 6개월 방위 ‘육방’에 관한 이야기다. 특별한 집안 사정 때문에 멀쩡한 스물세 살 청년 낙만(김준구)은 오후 6시에 칼 퇴근하는 ‘육방’으로 입대한다. 이발병으로 들어가지만 그가 하는 일은 사진 찍기, 바둑 두기, 화장실 청소, 닭 모이 주기, 헌병 대신 영창 근무 서기 등 온갖 잡일이다.

영화는 낙만을 통해 파란만장한 병영생활을 보여줌과 동시에 고문으로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주인공의 아버지(오달수) 이야기도 함께 다룬다. 코미디로만 풀지 않고, 감독이 경험한 영창 이야기와 혼란스러웠던 그 시대의 이야기를 꼭 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시사회 후 전혀 예상치 못한 선물은 20대 초반 여성 관객의 호평이었다. 곽 감독은 “방위가 뭔지 기억하고, 그 시절 무늬 없는 군복에 대한 향수가 있는 남자들이 좋아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고 말했다.

동화 ‘미운 오리 새끼’는 덴마크 작가 한스 안데르센이 이미 성공한 후 쓴 작품이다. 감독 역시 산전수전 다 겪고 열 번째로 이 영화를 찍었다. 그는 “현실이 힘들다고 꿈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많아 안타깝다. 그들이 나중에 꼭 백조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제목을 지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한때는 미운 오리 새끼였다. 영화감독으로서 나는 오리는 아니지만 깃털이 많이 빠져버린 백조랄까. 오리들이 자라서 백조의 깃털을 내게 이식해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