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정치권 포퓰리즘에 기업들은 피곤하다” 직격탄
여야가 대선후보 경선에 돌입하면서 한동안 잠잠해졌던 경제민주화 논란이 다시 가열될 조짐이다. 그동안 경제민주화에 대해 직접적인 비판을 꺼려왔던 재계가 반격을 모색하는 모양새다.
포문을 연 것은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장이다. 이 회장은 23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경총포럼에서 “(여야가) 정년연장 법제화, 법인세 인상 등 기업 부담을 유발하는 입법들로 연일 기업의 피로감을 누적시키고 있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 회장은 “정치권은 국민이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 직시하고 경제민주화보다 내수활성화와 경제 살리기를 위한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라며 “기업의 ‘경제의지’가 꺾이지 않도록 우선순위를 잘 살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단체장으로서 정치권에 대해 강력하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이 회장이 처음이다. 그동안 재계는 정치권의 공세에 위축돼 경제민주화에 대한 발언 수위를 조절해온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이 회장이 이 같은 ‘직구’를 던진 것에 대해 재계에서는 ‘작심 발언’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의 발언에 대해 경총 관계자는 “취지는 경제민주화 자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같은 경제위기에는 시기가 적절하지 못하다는 것”이라며 “경제민주화 논의가 합리적으로 진행되는 것보다 포퓰리즘에 맞춰 흘러가는 데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대한상공회의소는 주요 정당에 ‘친기업 환경 조성’ 등 대선 공약에 바라는 정책을 제안한 대선 공약 건의서를 전달했다. 대선 공약 건의서는 대선을 앞두고 관례적으로 발표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경제민주화에 대한 재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성격도 띠고 있다.
경제민주화에 대한 내용이 담긴 부분은 총 아홉 가지 정책목표 중 여섯 번째에 해당되는 ‘새로운 자본주의 시대의 도래와 기업법제의 조화’ 항목이다. 상의는 여기서 기업친화적 세제 정비와 친기업 정서 조성, 대기업 출자규제 관련 입법 신중, 규제완화 네 가지를 주장했다.
상의는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인 만큼 입장을 밝히기 어렵다”며 자료에서 경제민주화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고, 관련 내용도 전진배치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기업 규제 강화는 반기업 정서를 조장하고 성장동력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 목소리를 분명히 했다. 특히 대기업들이 가장 민감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순환출자 금지 등에 대해 자제를 촉구했다. 또 당사자인 재계와의 소통이 필수적이라며 정치권의 일방적 추진에 대한 불만도 제기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역시 싱크탱크인 한국경제연구원을 통해 백서 형식의 ‘차기정부 정책과제’를 준비 중이다. 이렇듯 그동안 세미나 등을 통해 간헐적으로 경제민주화에 대응해온 경제단체들이 공세의 수위를 높여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해 주요 그룹 관계자는 “개별 기업이 목소리를 냈다가는 정치권이나 여론의 역풍이 만만치 않아 경제단체가 나서는 수밖에 없다”며 “그동안 전경련의 미온적인 대응에 불만이 없지 않았던 만큼 재계가 힘을 합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오는 28일로 예정된 경제5단체장 회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커지고 있다. 경제5단체 회장들이 별도로 회의를 갖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경제활성화와 노조 파업 대응 방안을 협의하는 자리로, 경제민주화에 대한 공식적 언급이나 입장표명은 힘들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재계에서 ‘참을 만큼 참았다’는 의견이 커진 만큼 상황이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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