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원 연봉 깎고… 계열사 팔고… 주요그룹 92% “비상경영”
글로벌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기업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22일 발표한 ‘주요 그룹 위기 체감도 및 대응 현황 조사’에 따르면 ‘현재의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보다 심각한가’라는 물음에 대기업의 20%가 ‘매우 심각하다’고 했고, 44%는 ‘심각하다’, 36%는 ‘비슷하다’고 응답했다. 조사에 참여한 기업은 삼성과 현대자동차, SK, LG 등 25개 대기업으로, 금융위기 때보다 상황을 낙관적으로 보는 기업이 단 한 곳도 없는 것으로 나타나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 체감도를 여실히 드러냈다.
이에 따라 주요 기업의 92%인 23곳이 위기 극복을 위해 비상경영 체제를 운영하거나 검토 중이라고 응답했다. 비상경영 계획이 없다는 기업은 단 2곳에 불과했다.
대외적으로 이미 비상경영을 선포한 곳은 롯데와 포스코, KT 3곳이다. 이 가운데 가장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곳은 롯데다. 계열사별로 특수성에 맞게 액션플랜을 진행 중이며, 최근 호남석유화학-케이피케미칼, 롯데삼강-롯데후레쉬델리카 등의 합병을 결정했다. 계열사 합병을 통해 내실을 다지고 경영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포석이다.
포스코는 정준양 회장의 시나리오 경영 방침에 따라 최상 S1부터 최악 S5까지 상황별 대응책을 세워 놓고 있다. 현재는 S3 단계지만 성장률이 더 추락하면 본격 위기 단계인 S4로 격상할 가능성도 있다. 철강 수요와 원자재 가격 등을 모니터링하는 상시 위기관리반도 가동 중이다. 또 계열사 재편 작업을 벌여 연말까지 70개 계열사 가운데 자회사 10여곳을 정리할 방침이다.
지난 3월 일찌감치 비상경영을 선포한 KT는 경영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임원은 연봉의 10%를 삭감하기로 했다. 비상경영위원회를 구성해 비효율성 개선을 위한 아이디어 171개를 뽑고, 최근 상품별로 구분되던 사업부문을 통합하는 등 경영체제를 개편해 조직 재정비에 나섰다.
SK그룹은 대외적으로 비상경영을 선포하지는 않았지만 최태원 회장이 매주 SK경영경제연구소의 경기동향 보고서를 전달받으며 국내외 경제 동향을 주 단위로 체크하고 있다. 또 예년보다 이른 10월부터 내년 경영계획을 수립해 11월 중순쯤 최종 확정하겠다는 방침이다.
LG그룹은 구본무 회장이 지난달 임원세미나에서 “사업 전반을 재점검하고,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 미래를 준비하라”고 당부한 바 있다. 이에 따라 LG전자의 경우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제품 경쟁력 강화에 주력하고, LG화학은 프리미엄 제품을 확대하는 등 사업부문별로 위기극복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전자와 자동차가 선전하고 있는 삼성과 현대자동차는 상대적으로 여유 있는 모습이다. 삼성그룹은 공식적으로 비상경영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지 않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양적 팽창보다 품질과 브랜드 지수를 높이는 질적 성장에 집중하고 있다. 현대차는 그동안 해외 공장을 폭발적으로 늘려왔지만 하반기에는 9월 중국 공장과 11월 브라질 공장의 준공식 이외에 기공식은 없다. 위기 때 내실을 다지자는 경영학 기본에 충실한 행보다.
권혜숙 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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