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갸루상’ 박성호… 짙게 화장한다 ‘오빠 만세’ 뛰어넘을 또 다른 웃음 위해

Է:2012-08-22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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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루상’ 박성호… 짙게 화장한다 ‘오빠 만세’ 뛰어넘을 또 다른 웃음 위해

이 남자, 굉장히 유쾌하고 외향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개그맨 경력 15년에 요즘은 이상한 화장을 하고 TV에 나와 사람들을 웃기니까. 그런데 인터뷰 내내 차분하고 침착한 태도가 의외다.

“원래 성격이 이렇게 내성적이세요?”

“네. 낯가림이 심하고 수줍음도 많아요. 지금처럼 누굴 처음 만나는 자리에 나오면 마음이 많이 불편하죠.”

주인공은 바로 KBS 2TV ‘개그콘서트(개콘)’ 맏형인 박성호(38). 그는 요즘 일본 ‘갸루족(族)’을 흉내 낸 ‘갸루상’이라는 캐릭터로 인기몰이 중이다. 갸루는 영어 ‘걸(Girl)’을 일본식으로 발음한 것으로, 일본에선 아주 짙은 화장을 하고 다니는 사람을 갸루족이라 칭한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KBS 신관. 박성호는 수요일 있을 ‘개콘’ 녹화를 앞두고 이날 제작진 앞에서 리허설을 가진 뒤 인터뷰 약속 시간에 맞춰 신관으로 달려왔다. “처음엔 ‘갸루상’이 이만큼 관심을 끌지 예상 못 했어요. 일단 올 연말까지는 이 인기가 계속됐으면 좋겠는데….”

# 개콘의 기네스

‘개콘’ 제작진은 2009년 9월, 방송 10주년을 맞아 온갖 기록을 정리했다. 최다 출연자, 최다 인원 출연 코너, ‘봉숭아학당’ 최장수 선생님…. 당시 박성호에게 부여된 타이틀은 ‘최다 코너 출연자’. 그는 2009년 9월 기준으로 ‘남성인권보장위원회’ ‘꽃미남 수사대’ 등 무려 67개 코너에 출연했다.

박성호는 “지금은 아마 70개가 훌쩍 넘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다 출연자도 3년 전엔 김병만이었는데, 병만이가 (지난해 11월) ‘개콘’을 그만둬서 지금은 아마 저일 거예요.”

1997년 KBS 코미디언 공채 13기로 데뷔한 그는 수많은 인기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가장 애착을 갖는 코너는 뭘까. 그는 팝송을 개사한 개그로 ‘오빠 만세(All By Myself)’라는 유행어를 남긴 ‘뮤직토크’(2000년)를 꼽았다.

“캐릭터 중에도 기억에 남는 게 많아요. ‘봉숭아학당’에서 했던 운동권 학생이나 다중이, 스테파니, 강기갑 전 의원 패러디…. 갸루상도 기억에 영원히 남을 캐릭터가 되겠죠.”

# 세 살 아들도 따라 하는 “∼가 아니무니다”

갸루상은 아내가 갸루족 사진을 보여주며 개그 소재로 써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해 탄생한 캐릭터다. 박성호는 아내의 말을 처음 들었을 땐 ‘느낌이 안 왔다’고 한다. 반일감정이 여전한 상황에서 일본 문화 코드를 활용해 무대에 올리는 것이 마뜩잖았다. 시청자들의 반감이 예상됐다.

하지만 ‘멘붕스쿨’이라는 코너가 생기고 “딱 한 번쯤은 써먹어도 되겠다”는 생각에 갸루상을 선보였다. 갸루상 말투는 대유행하기 시작했다. 해맑은 표정으로 ‘∼가 아니무니다’라는 말을 반복하며 정신분열 증세를 보이는 갸루상에 사람들은 폭소를 터뜨렸다.

“아들 이름이 ‘정빈’인데 올해 세 살이에요. 그런데 요즘 ‘박정빈이 아니무니다’ ‘사람이 아니무니다’라고 말하고 다녀요. 전 가르쳐준 적이 없거든요. 와이프랑 얼마나 웃는지 몰라요.”

‘멘붕스쿨’이 제2의 ‘봉숭아학당’이 될 것이라는 게 박성호의 예상이다. 2000년 2월부터 각양각색의 캐릭터 열전이 펼쳐지며 숱한 스타를 배출한 ‘봉숭아학당’은 지난해 7월 폐지됐다. “‘봉숭아학당’은 신인들이 개인기 하나만 갖고도 마음껏 기량을 펼칠 수 있는 무대가 됐었죠. 아마 ‘멘붕스쿨’이 앞으로 그 자리를 대신하지 않을까 싶어요. 정말 재밌는 후배들이 많거든요.”

# “아들도 개그맨 됐으면”

박성호는 청주대 서양화과 93학번이다. 미대생이 갑자기 코미디로 진로를 튼 데는 특별한 이유가 없다. 어릴 때부터 하고 싶은 일 중 하나가 개그맨이었기 때문이다.

“미술과 개그가 크게 다르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화가는 캔버스에 그림을 통해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고, 코미디언은 브라운관에 개그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내는 거니까요.”

‘개콘’은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쏟아내 히트 코너를 만들어야 ‘생존’이 가능하다. 언제까지 ‘개콘’에 출연 가능할 것으로 예상하는지 묻자 “지금 ‘개콘’의 막내보다 더 오래 ‘개콘’에 살아남는 게 목표”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아울러 아들이 대(代)를 이어 개그맨의 길을 갔으면 하는 바람도 드러냈다.

“개그맨은 정말 좋은 직업이에요. 2분 안팎의 코너여도 국민들에게 웃음을 줄 수 있다는 게 정말 보람되거든요. 제 뜻대로 되는 일은 아니겠지만, 아들도 개그맨이 됐으면 좋겠어요. 제가 나이가 들고, 아들도 개그맨이 돼서 한 무대에 함께 오르는 상상을 하면 정말 행복해요(웃음).”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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