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오경아] 영원하지 않아 행복한 삶
가끔 사랑하는 연인들끼리 영원히 사랑하자고 맹세하고 동성의 친구들끼리도 우정을 영원히 깨지 말자고 약속한다. 그런데 과연 영원한 마음이라는 게 있나! 철썩 같이 약속했지만 변하고 배신하며 살아간다. 그런데 어쩌면 서로에게 영원을 강요하는 것이야말로 자연을 거스르는 일인지도 모른다. 사실 자연 생태계 안에는 ‘영원’은 아예 존재하질 않는다. 모든 것이 변하고 사라지고 다시 태어난다.
산속을 걷다보면 낙엽수 그늘 밑에 발이 푹신 들어가는 스펀지 같은 검은 빛의 흙을 만나게 된다. 정확하게는 흙이 아니라 나뭇잎과 동물의 분비물 혹은 잔해가 썩어 만들어진 부엽토다. 정원사가 가장 사랑하는 거름이지만 산속의 이 흙을 퍼다 자신의 정원에 쓸 수 없기에 정원사들은 정원에서 직접 이 거름을 만들기도 한다.
그런데 이 부엽토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어마어마한 자연의 또 다른 세계를 만날 수 있다. 나뭇잎과 동물의 잔해가 썩을 수 있는 이유는 바로 박테리아와 균류의 엄청난 활동 덕분이다. 이 박테리아와 균들은 습기를 끌어안고 살면서 죽은 생명체를 엄청난 속도로 분해시킨다. 그런데 이 분해의 과정에서 죽은 생명체의 잔해는 대부분 말 그대로 사라져버린다. 이산화탄소가 돼 날아가 버리고 부엽토로 남겨지는 부분은 분해된 것들의 아주 일부로 박테리아와 균이 분해를 시키면 이 영양소를 땅속 설치류나 달팽이, 지렁이들이 먹어치운다.
그리고 다시 이들이 분비물을 배출하는데 이것이 모여 부엽토가 되는 셈이다. 신기한 것은 생명의 해체인 이 부엽토에서 새로운 생명이 탄생한다는 점이다. 거대한 암석이 쪼개져 만들어진 이 지구의 흙은 실은 자생력이 없다. 그냥 광물일 뿐이고 식물을 자라게 하고 생명을 움트게 하는 흙은 바로 이 부엽토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창조’의 세계만 생각한 채 ‘분해’의 세계는 종종 잊고 산다.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데만 급급하지 어떻게 사라질 것인가를 잊는다. 썩지 않는 플라스틱의 공포가 우리의 목을 죄어오는 것도 이런 현상 때문이다. 요즘 우리는 의학계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오래 살아야 한다는 데 매달리고 있다. 그런데 오래 사는 것만큼이나 잘 사라져주는 것도 우리의 몫이다. 잘 사라져야 그 바탕 위에 또 새로운 생명이 움트는 법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영원하지 않아서 우리 삶은 참 행복하다.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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