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정원교] 10년 뒤에도 가능할까?
“나는 이번 판결이 공정하다고 여긴다. 이번 판결은 특히 생명을 존중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세기의 재판’ 주인공 구카이라이가 20일 최후 진술하는 육성은 또랑또랑했다. 고의살인죄에 대해 사형유예 판결이 내려지자 상소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이렇게 말했다.
국영 CCTV 뉴스 채널은 이날 장장 6분에 걸쳐 구카이라이 재판 소식을 전했다. 공정한 재판이었다고 대내외에 과시하고 싶은 속내는 쉽게 드러났다.
구카이라이의 목소리가 전국에 방송되기는 처음이었다. 볼살이 꽤 붙어 과거 얼굴과는 차이가 났지만 지난 9일 법정에 나왔던 바로 그 인물임에는 틀림없었다.
중국의 지난해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5430달러였다. 1인당 GDP가 1만 달러를 넘는 도시도 40곳이나 된다. 이들 도시에 사는 인구는 모두 2억4000만명에 달한다. 전체 13억 인구의 다섯 명 중 한 명 꼴이다. 중국 사회가 새로운 단계에 진입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1인당 GDP가 5000달러를 넘어서면 한 사회가 정치적 격변을 맞더라도 자생력을 갖게 된다는 가설을 내세우는 전문가들이 있다.
중국이 지금 바로 그러한 때를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중국의 1인당 GDP가 1만 달러 수준이 되면 사회 불안이 첨예화될 것으로 전망하는 학자도 있다. 그동안 억압된 국민들의 분출하는 욕구, 부패와 빈부격차에 대한 불만 때문이다. 더욱이 웨이보 등 소셜미디어로 인해 여론 통제가 어려워지는 것도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지금부터 10년 뒤쯤, 시진핑을 정점으로 한 5세대 지도부에서 6세대 지도부로 권력이 넘어가는 때가 그 시기라는 것이다. 그런 만큼 차기 최고지도자 자리를 예약한 시진핑과 5세대 지도부의 어깨에 지워진 ‘정치 개혁’이라는 짐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정치 개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산당은 빠르게 진화하고 있는 백성들을 안고 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10년 뒤 당 지도부 구성에 획기적 변화가 올 수 있다고 내다보는 전문가도 있다.
중국은 체제유지 비용이 국방비보다 많이 드는 나라다. 올해 공공안전 관련 예산은 7017억 위안(약 125조원)인 데 비해 국방비는 6702억 위안(약 119조원)이다. 중국 공안부는 치안은 물론 국가 안보와 체제 안전 등도 책임진다. 검찰이나 법원의 견제도 거의 받지 않는다. 여기에다 우리의 국가정보원과 같은 국가안전부는 조직이나 규모를 알 수조차 없다.
구카이라이에 대한 ‘특혜 재판’을 놓고 일부 네티즌의 반발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사법체계의 불공정성을 두고 ‘중국식 정의’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다.
이처럼 사회적 이슈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전파하는 분위기는 시간이 갈수록 두드러질 게 분명하다. 광범위한 인터넷 검열 시스템인 ‘만리방화벽’마저 무기력해지는 상황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변호사 출신인 구카이라이가 이번 재판을 공정하다고 말한 건 무슨 의미일까? 사전 묵계가 없고는 이게 가능하겠느냐는 관측은 광범위하게 퍼졌다.
중국에서 10년 뒤에도 이러한 재판이 가능할까? 가능하다면 그 자체로 중국 사회가 혼란에 휩싸일지도 모른다. 아무리 많은 체제유지 비용을 쏟아붓더라도.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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