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의구] 아메리카노
아메리카노는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섞어 만든다. 볶은 원두를 필터에 걸러 만드는 드립 커피보다 풍미가 좋다. 아메리카노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 갔던 미군 병사들이 묽은 커피를 즐기던 취향에 맞추려 진한 에스프레소를 물로 희석한 데서 유래됐다. 이후 미국의 대형 커피전문 업체들이 판매에 나서면서 세계적으로 대중화되고 있다.
통합진보당에서 벌어진 이른바 ‘아메리카노 논쟁’이 화제다. 백승우 전 사무부총장이 지난 17일 당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서 시작된 논란이다. 그는 “유시민 전 공동대표와 심상정 의원의 공통점 하나는 대표단 회의 전에 아메리카노 커피를 먹는다는 것”이라며 “아메리카노 커피를 먹어야 회의를 할 수 있는 이분들을 보면서 노동자 민중과 무슨 인연이 있는지 의아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글이 오르자 인터넷에서는 찬반 논란이 불붙었다. 옹호 글도 있지만 “진보고 노동자면 커피 한 잔 마음대로 못 마시는가” “진보는 미숫가루만 먹어야 되나”는 등 비판론이 우세하다. 유 전 대표는 사태를 심각하게 본 듯 여러 설명들을 내놨다. 자신은 사실 ‘별다방’에서 파는 ‘프라푸치노 에스프레소칩’을 좋아하며 카라멜 마키아토나 카푸치노를 마시는 때도 있다고 취향을 공개했다. 수행비서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켰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가족끼리 외식도 함께 하는 사이여서 착취와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 번뿐인 인생인데 이런 소소한 즐거움조차 누릴 수없다면 좀 슬프지 않을까”라고 반문했다.
백 전 부총장 글은 애국가를 부르지 않는다고 구당권파를 비판했던 유 전 대표를 흠집 내기 위한 목적으로 보인다. 그렇더라도 전 세계가 한 시장처럼 연결된 21세기에, 국민 1인당 하루평균 1.5잔씩 마시는 커피 취향을 놓고 색깔론을 편 것은 케케묵고 옹졸해 보인다.
이번 논쟁은 1980년대 민족해방(NL) 계열 운동권에서 커피와 콜라를 ‘미제의 똥물’이라 부르던 일을 연상시킨다. 그러나 “자본주의 침투의 척후병인 코카콜라를 먹지 말고 평양콜라나 신덕샘물을 마셔야 한다”고 했던 북한의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도 생전 일본산 최고급 쇠고기인 고베 와규를 즐겼다. 그 후계자인 김정은은 지난달 미국 우월주의 내용의 할리우드 영화 ‘록키4’의 장면 일부를 삽입한 모란봉악단의 공연에 만족해 녹화 방영을 지시했다. ‘반 아메리카노’들이 이에 대해서도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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