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 목소리] 비박이 지리산 훼손한다
연일 계속되는 찜통더위에 몸은 물론이요 마음까지 지친 사람들이 재충전을 위해 민족의 영산 지리산을 찾는다. 한때 35도, 지금도 30도를 넘는 도심의 불볕더위와는 달리 지리산 천왕봉은 기온이 한낮에도 20도를 넘지 않고, 밤이 되면 10도 이하로 떨어진다. 게다가 국립공원 대피소의 1인 이용료는 8000원. 서민들에게는 최소의 비용으로 최고의 피서를 누릴 수 있는 곳이 바로 지리산국립공원인 셈이다.
대피소를 찾는 인원이 많아지면서 1998년부터는 국립공원 주요 대피소에 ‘사전예약제’를 도입했다. 숙박 희망일 보름 전에 선착순으로 예약을 받는 것이다. 하지만 이용 희망자는 많은데 비해 시설은 제한돼 있다. 따라서 주말이용 예약일이 되면 공단 홈페이지에서 펼쳐지는 예약 경쟁이 치열하다.
이런 상황과 맞물려 최근 성행하는 것이 바로 ‘비박(Biwak)’이다. 비박은 주로 군사훈련이나 장기산행 때 야영장비 없이 휴식을 취하거나 밤을 지새우는 것을 일컫는다. 국립공원 내 대피소 주변에서 침낭 등을 덮고 하룻밤 지내는 것도 비박이다. 최근에는 아예 비박을 전제로 산행 계획을 세워 대피소 자리가 남았는데도 비박을 자처하는 경우까지 있다.
비박은 민족의 영산 지리산의 정상부를 훼손하는 행위다. 또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매우 크므로 자연공원법상 과태료 부과 대상이다. 공단은 과거 무분별한 야영과 취사 등으로 훼손됐던 대피소 주변의 자연을 복원하고 있다. 20여년의 노력 끝에 성과가 조금씩 나타나고 있는 지금 비박이 성행한다면 대피소 주변 지역은 예전처럼 다시 훼손될지 모른다. 음식물 냄새를 맡고 다가오는 멧돼지, 흔치는 않지만 반달가슴곰의 출현 그리고 야생동물의 배설물 등에 의한 바이러스 감염도 심각하게 우려된다.
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는 대대적인 캠페인과 단속을 통해 비박을 근절할 계획이다. 우선 주요 탐방로 입구의 입산시간을 조정하고 비예약자는 입산을 금지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비박 관련 산악회 홈페이지에 지속적인 안내 글을 올리고 산행 정보를 사전에 파악해 집중 단속할 예정이다. 국립공원 탐방로와 지리산 둘레길을 연계해 저지대 탐방을 유도하는 캠페인도 함께 펼쳐나갈 계획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국민들 스스로 ‘착한 탐방’을 정착시키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 노력이 지리산을 지키고 보호해 나가는 힘이 될 것이다.
김태경(지리산국립공원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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