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포커스-양기호] 균형점 잃은 일본 외교

Է:2012-08-19 19:44
ϱ
ũ
[글로벌 포커스-양기호] 균형점 잃은 일본 외교

한·중·일 간 외교 갈등은 가히 3국 간 신냉전이라고 부를 정도다. 한·일 양국의 외교 갈등이 국제적인 이슈로 등장하고, 지방자치단체 교류와 경제협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보통 국민들조차 정서적인 반감을 느끼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 일왕 사죄 주장에 일본은 독도문제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한·일 외환스와프협정 재검토로 맞대응하고 있다.

한국의 갑작스런 조치는 일본에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거의 모든 일간지가 톱뉴스로 다루면서 1면을 장식하였다. 일본 입장에서 본다면 한국의 독도 실효지배, 일본의 영유권 주장이라는 기존 관행에도 불구하고 국가지도자가 적극 나서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왜 권위의 상징인 일왕의 사죄까지 거론하는지 불쾌하기 짝이 없다. 임기 말 구심력이 저하된 이명박 정부가 지나친 외교 포퓰리즘을 벌이는 것으로 평가절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할 말이 많다. 한국은 3·11대지진 시 고통 받는 일본 국민들을 위하여 많은 정성을 기울여 돕지 않았던가. 위안부 할머니들에 대한 보상은 일본정부가 결심하면 어떻게든 대안을 찾을 수 있지 않은가. 왜 한국을 자극하면서 거꾸로만 가는가. 참을 만큼 참았고 더 이상 기대할 것 없는 노다 요시히코 내각에 행동으로 보이겠다는 이 대통령의 심정을 이해 못할 바도 아니다.

일본 내에서도 민주당의 외교정책 실패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동아시아 외교를 중시한다던 민주당 내각이 들어선 지 3년. 오히려 일본과 주변국 간 갈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간 나오토,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의 동아시아 중시는 3·11 대지진과 보수적인 노다 내각 등장 이후 미·일동맹 중시로 돌아섰다. 노다 총리나 겐바 고이치로 외상 모두 마쓰시타 정경숙 출신으로 우파 정치인이다. 외교에는 거의 문외한이다.

일본외교는 미·일동맹과 동아시아외교 간 절묘한 균형의 유지가 필수적이다. 전통적인 맹방인 미국과 정치 경제 군사 분야에서 강력한 연대는 일본외교의 사활을 좌우한다. 반면 역사인식과 영토분쟁을 안고 있는 동아시아 주변국과의 양호한 관계 유지는 일본외교의 성패를 판단하는 가늠자이다. 동아시아외교는 국익이나 국력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역사인식과 영토문제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적어도 일본 총리나 외상은 식민지배와 침략과정에서 고통 받은 한국인, 중국인의 심정을 헤아릴 줄 알아야 한다.

일본 국익만을 강조하는 우파의 입장이 일본정계에서 압도적일 때, 교과서 왜곡과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통제하기 어렵다. 툭하면 영토분쟁을 정치에 악용하려는 움직임도 다반사로 일어난다. 우익정치가들의 망언도 양국 간 갈등을 불러일으킨다. 전략적인 외교선택이 미·일동맹에 집중하면서 아시아외교가 경시될 때에 그동안 해묵은 반일감정이 갑작스레 폭발하고 동북아 외교 갈등이 분출하게 된다.

동아시아 외교 분쟁은 해결이 어려운 구조적인 측면이 있다. 냉전에 휘말린 아시아 대신 승전국 미국이 전후처리를 주도하면서 일본의 전쟁범죄를 제대로 처단하지 못했다. 국교정상화에서도 영토갈등과 개인보상은 해결을 보지 못한 채 일단 미뤄졌다. 1965년 한·일, 1972년 중·일 국교정상화 시기에 양국 간에는 엄청난 국력 차이가 있었다. 경제개발을 우선시한 나머지 이들 문제를 보류할 수밖에 없던 사정도 있었다.

그러나 21세기에 접어든 한·중·일 삼국지 판도에서 더 이상 이들 문제를 미루기 어렵다. 영토와 역사에 눈뜬 국가의식의 부활, 피해자 보상과 보편적인 인권에 대한 높아진 관심은 한·일, 중·일 정부 간 적극적인 대안모색을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더 이상 미루지 말고, 양국 정부와 지식인이 서로 머리를 맞대고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서 대화를 나누어야 한다.

양기호 성공회대 교수 일본학과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Ŭ! ̳?
Ϻ IJ о
õ
Ϻ Ź