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정승훈] ‘김영란법’의 전제조건

Է:2012-08-19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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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중산층의 조건을 놓고 우리나라와 영국을 비교한 글이 화제가 됐다. 영국의 경우 옥스퍼드대에서 제시했다는 ‘페어플레이를 할 것,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가질 것, 약자를 두둔하고 강자에 대응할 것, 불의·불법에 의연히 대처할 것’ 등이 조건으로 꼽혔다.

반면 우리나라는 연봉정보 사이트의 직장인 대상 설문 결과라며 ‘부채 없는 30평대 아파트, 500만원 이상 월 급여, 2000㏄ 이상 중형차, 1억원 이상 예금 잔고’ 등이 제시됐다. 우스갯소리 정도로 흘려버릴 만한 내용이었지만 뒷맛은 씁쓸했다.

경제적 성공이 최우선인 우리 사회의 성공 방정식을 국민 다수가 지지한다면 국제투명성기구(TI)가 발표하는 부패인식지수(CPI) 순위 하락 같은 일은 큰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진다면 다소간의 부패는 용인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의 청렴도가 중요한 문제라고 인식한다면, 아니 경제성장이 좀 더디더라도 공정한 관행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느끼는 국민이 더 많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당장 대가성이 없더라도 장차 도움 받을 일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제공하는 금품과 향응을 처벌하겠다는 게 법 상식으로 볼 때 무리한 일이라고 사회 구성원 대다수가 생각한다면 이 법은 추진하면 안 된다. 하지만 그게 무리한 일이 아니라고 구성원들이 생각한다면 이 시점에서 해야 한다.”

‘부정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방지법(일명 김영란법)’ 시행을 추진하고 있는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의 문제의식은 후자다. 김 위원장은 국민의 87%가 공직사회의 알선·청탁에 대해 대가성 여부와 관계없이 부패라고 인식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를 내밀며 이제 바뀌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 법안에 대해 공직사회 내부에 이견이 있고, 정치권이 호의적이지 않다 해서 공직사회나 정치권에만 비난의 화살을 돌릴 일은 아니다. 우리 사회 구성원 대다수는 갑의 입장이냐 을의 입장이냐는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관행에서 자유롭지 않다. 기업이든 개인이든 밥을 사고, 술을 사고, 선물을 주면서 영업을 하거나 청탁을 한다.

김 위원장은 “100만원 이상의 접대를 받았다면(혹은 했다면) 그건 스폰서 아닌가? 그것을 처벌하는 게 무리한 일인가?”라고 질문했다. 우리가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 결론은 달라진다. 이 시점에서 김영란법은 추진해야 하나, 아니면 그냥 덮어야 하나.

정승훈 차장 shj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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