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이계희] 옐로스톤이 품은 자연 철학

Է:2012-08-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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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사초롱-이계희] 옐로스톤이 품은 자연 철학

지난달 무더위를 피해 미국 최초의 국립공원이자 전 세계적으로 국립공원 관리의 표준이 된 옐로스톤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 미국 서북부 와이오밍주와 몬태나주에 걸쳐 있는 옐로스톤 국립공원은 약 9000㎢의 광활한 화산벌판과 원시림으로 구성돼 있다. 여기에다 250개에 이르는 활동 간헐천에서 뿜어져 나오는 열수와 수증기, 유황냄새로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분출되는 온천수와 수증기 속에서 간헐천 곁을 지키고 앉아있는 버펄로의 모습이 상서롭기까지 하였다. 콘크리트 숲에서 나고 자란 나로서는 대자연에 펼쳐진 원시의 모습에 대한 스키마가 전혀 없어, 영화를 통해서나 볼 수 있는 그런 비현실적인 광경이 경이롭게만 느껴졌다.

과학채집도 금지하는 엄격함

미국은 시장자본주의의 주도국으로 국가가 시장에 개입하는 것에 매우 조심스럽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국립공원만큼은 국가가 직접 관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여기서 그들의 자연에 대한 철학과 가치관이 잘 나타난다. 이들에게 기본이 되는 기독교적 자연관은 이렇다. 자연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창조주의 섭리에 의하여 선한 뜻을 가지고 창조되었으며, 인간은 창조주로부터 자연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얻을 수 있는 대신 자연을 지키고 관리하는 소위 ‘스튜어드십’을 부여 받은 자이다. 다시 말하면 인간은 자연의 소유주가 아닌 관리인인 것이다.

나는 끊임없이 뿜어져 나오는 유황온천을 지나며 저 아까운 온천물을 끌어다가 온천장 하나 지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작은 간헐천 옆에는 족욕장 하나 만들면 딱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웬만하면 연간 300만명 이상 방문하는 국립공원 주변에 온천장을 지어 떼돈도 벌고 관광객도 즐겁게 해 줄만도 하건만 섭씨 60도가 넘는 간헐천에 서식하는 열대미생물들이 간직한 원시생명에 대한 비밀조차도 자연의 완전한 보전을 위하여 온전히 봉합한 채 과학실험, 상업적 목적 등 일체의 채집을 금하고 있다고 하니 그 엄격함이 대단하다.

그 이유는 이러하다. 자연에 포함된 모든 생물과 무생물은 원래 모습대로 있을 권리를 존중해야 하며, 자연생태를 인간의 영향으로부터 철저히 지키고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연과 생태의 원래 모습을 미래의 세대도 자연의 모습 그대로 보고 즐길 권리를 지금의 세대가 최대한 존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불현듯 우리의 현실이 떠올랐다. 아직도 강정마을에서는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죽기살기로 치열한 투쟁을 벌이고 있다.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대하여서도 상반된 의견을 가지고 대립하고 있다. 자연은 우리에게 많은 자원을 제공해주고 삶을 윤택하게 해주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자연을 온전히 내 소유로 생각하고 당장 내 필요만을 충족하는 데 급급해서야 되겠는가.

인간은 관리인으로 남아야

오늘의 내 필요에 따라 개발의 미명하에 산천을 다 파헤쳐 놓으면 후손들은 어쩌란 말인가. 아무리 노력해도 되돌릴 수 없이 누더기가 된 산하와 콘크리트 섬들을 유산으로 물려주려 하는가. 서양의 자연관뿐 아니라 동양의 무위자연 노장사상을 굳이 상고하지 않더라도 자연을 대하는 오늘 우리들의 모습은 이기적인 것을 넘어 잔인하기 짝이 없다.

한반도에 유일하게 생태의 원형을 찾아가고 있는 DMZ에 대한 관심이 최근 우리 국민들뿐 아니라 외래 관광객들 사이에도 크게 높아지고 있다. 세계 유일한 분단국의 아픔을 그대로 간직한 채 그 신비한 자연치유력으로 본래의 아름다운 모습을 힘겹게 찾아가고 있는 이 지역에 대한 우리들의 관심이 혹여 또 다른 상처가 되지나 않을까 생각하는 것은 기우일까.

이계희 경희대 관광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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