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태원준] 루이비통
도요타가 승용차 시장을 40%나 점유한 일본에서 ‘도요타 타는 사람’ 만큼 많은 게 ‘루이비통 가진 사람’이다. 일본 언론은 양극화 세태를 ‘100엔 숍과 루이비통의 사회’란 말로 표현한다. 불황일수록 잘 되는 100엔 숍처럼 일본 중산층의 루이비통 사랑은 ‘잃어버린 10년’간 식을 줄 몰랐다.
루이비통의 ‘스피디 모노그램 35’ 핸드백이 한국에서 ‘3초백’ ‘지영이백’이란 별명을 얻은 지도 몇 년 됐다. 좀 과장하면 거리에서 3초에 하나씩 볼 수 있고, 지영이란 이름만큼 흔하다. 세계 최초로 인천공항 면세점에 루이비통 매장을 유치한 건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의 커다란 실적으로 꼽힌다.
루이비통은 마케팅 전략으로 판매량을 제한하고 있다. 백화점 루이비통 매장 앞엔 항상 줄 서는 공간이 마련돼 너무 많은 손님이 들어오지 못하게 통제한다. 귀하니 더 고급스러워 보이고 그래서 더 비싼데, 과시욕 덕분에 비쌀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베블렌 효과’를 톡톡히 본다. 한국과 일본에서 루이비통은 이런 것이다. 저 가방을 들면 나도 상류층이 될 것만 같아 지갑을 연다.
정부는 지난 8일 마침내 이런 현상을 정책에 반영했다. 세법을 개정하며 200만원이 넘는 명품 가방에 개별소비세를 부과키로 했다. 사치성 소비를 억제하려 보석·모피에 부과하는 세금이 붙었으니 이제 루이비통 가방은 공식 ‘사치품’이 됐다. 이 가방이 부자의 상징임을 정부도 인정한 셈이다.
같은 날 검찰은 새누리당 공천헌금 사건의 브로커 조기문씨 집에서 루이비통 가방을 찾아냈다. 현금 3억원을 담았다는 가방의 모델명은 ‘로부스토 1 컴파트먼트’, 가격은 326만원. 정부가 정한 사치품 범주에 여유 있게 포함된다. 부자의 상징이 된 날, 루이비통 가방은 새누리당 공천헌금의 ‘증거물’이 됐다.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새누리당은 이미지 변신을 위해 몸부림치는 중이다. 이명박 정권에서 덧칠된 ‘부자 정당’ 색깔을 지우려 경제민주화 공약을 쏟아내고 있다. 공약만 보면 야당과 구별하기 쉽지 않다. 경제민주화 전도사라는 김종인씨 영입이 상당한 효과를 보는 듯했다.
이런 상황에서 검찰 수사 결과가 어떻든 새누리당 공천에 부산 갑부의 돈 놀음이 있었던 것만큼은 분명해졌다. 신고한 재산만 181억원인 현영희 의원은 19대 비례대표 부자 순위 1등이다. 그가 연출한 공천헌금 드라마에 루이비통 가방이 소품으로 등장했다. 사과상자도, 골프백도 아니고 하필이면 루이비통 가방이.
태원준 차장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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