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배 칼럼] 한국 기독교회,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

“그럴듯한 변명에도 불구하고 교회가 나누어졌다는 것은 추문(醜聞)이다”라는 말로 20세기 개신교신학의 대표자 칼 바르트 교수는 교회 분열의 심각성을 말한 바 있다. 같은 맥락에서 탁월한 신학담론을 통해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한스 큉 신부는 “중세가톨릭교회는 복음을 변질시킨 죄를 회개해야 하는 반면에 프로테스탄트 기독교회는 교파를 분열시키는 죄를 회개해야 한다”는 뜻 깊은 말을 남겼다.

근간에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국기독교회의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의견들과 대안들을 제시하고 있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한국교회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국기독교회가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은 기독교회의 일치된 모습을 회복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얼마 전에 필자가 만난 한국기독교를 대표하는 한 지도자는 한국교회의 변화는 바닥을 치는 심각한 위기상황을 거치지 않고는 기대할 수 없다는 진단을 하였다. 필자도 공감하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닥을 치는 나락에 떨어지는 불행 없이 위기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길은 없을까라는 바람을 갖게 되었다.

한국기독교회가 한국사회에 희망을 줄 수 없는 나락으로 떨어진 가장 큰 원인은 헤아리기 힘들 정도의 교파로 나누어진 교회분열의 현실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기독교회가 세상의 빛과 소금이 되라는 그리스도의 말씀에 순종해 일치된 모습으로 대오를 형성해 사회를 섬기는 모습을 갖추지 않고서는 영원히 신뢰를 회복하지 못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한국기독교회가 일치된 모습으로 대오를 형성하는 일은 과연 가능한가. 16세기 종교개혁을 통해 탄생한 기독교회는 여러 교파로 나누어진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 줄기찬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러나 인간의 죄성 때문에 이미 다양한 방식으로 각자의 역사와 전통을 만들어 나누어진 프로테스탄트 교회들이 일치된 신앙고백과 직제를 통해 하나의 교회를 이루는 일은 거의 불가능함을 깨닫게 된 것이 지난 교회사가 보여준 일치운동의 결산이다.

그 대신 고육지책으로 도출해낸 결론이 협의체모델이다. 협의체모델이란 사도신경을 고백하는 교회들이 각 교단의 신학과 역사적 전통을 서로 인정하고 존중하여 예수 그리스도를 머리로 한 지붕 아래 모여 협의체를 구성해 세상을 향해 일치된 모습을 드러내고 복음을 증거하자는 것이다.

세계기독교회는 1, 2차 대전을 겪으면서 뼈저린 반성을 하게 되었다. 그것은 놀랍게도 세계대전을 일으키고 참여한 나라들이 그리스도교 신앙이 뿌리내린 국가들이었다는 자각 때문이었다. 종교개혁의 중심지인 독일이 히틀러의 국가사회주의의 포로가 되어 전쟁을 일으킨 주범이 되었고, 동방정교회가 뿌리내린 러시아가 공산주의 혁명의 중심지가 되었으며, 가톨릭의 중심지인 이탈리아도 무솔리니의 파시스트 정권의 포로가 되어 전쟁에 휘말리고 말았다는 사실은 기독교회 지도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으로 다가왔다.

이들 나라에 속한 교회지도자들은 기독교회가 속수무책으로 세계를 전쟁이라는 악마의 세력에 내어 준 것은 개인영혼 구원에만 관심을 기울인 나머지 각자의 자리에서 사회적인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결과라는 자성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와 같은 뼈아픈 회개와 자성의 결과는 전후 1948년 세계교회협의회 탄생으로 나타났다. 세계교회협의회는 위에 열거한 역사적인 경험 때문에 복음의 일차적인 과제를 사회적인 책임에 두었다. 이러한 세계교회협의회의 선교지향점은 개인영혼의 구원을 복음의 일차적인 과제로 설정한 교회들 간의 결합을 자극하였고 세계복음주의 연맹의 탄생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의 교회도 이러한 세계교회의 영향 아래 기독교를 대표하는 연합기구가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라는 양대기구로 나타났다.

또 일치, 갱신, 섬김을 목표로 창립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는 한국기독교역사상 처음으로 보수와 진보에 속한 목회자들의 협의체로 지난 10년 동안 명실공히 한국기독교를 대표할 수 있는 통일된 연합기구의 탄생을 위해 진력해왔다.

그러나 그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한국기독교회는 두 개의 양대기구가 3개의 기구로 나누어진 참담한 모습을 노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의 신앙과 직제를 통해 하나의 교회를 이루자는 것이 아니라 3개의 연합기구를 하나의 연합기구로 재편하여 한국교회의 일치를 드러내고 복음을 증거하자는 소망은 신학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직 당사자들의 기득권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대선이 있는 해이다. 대선을 통해 건강한 정부를 세우는 일만큼 한국교회를 명실공히 대표할 수 있는 하나의 연합기구를 창출하여 한국사회에 희망을 주는 일이야말로 이 시대 속에서 한국교회가 성취해야 할 가장 화급한 과제라고 믿는다.

<목포예원교회 목사·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상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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