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육·여성복지 큰 족적 반피득 선교사 주님 품으로…

6·25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은 한국에서 교육과 복지 사업에 반평생을 바친 벽안(碧眼)의 선교사가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 반피득(Peter van Lierop) 선교사는 지난달 28일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노환으로 소천했다. 향년 94세.

1918년 시카고에서 태어난 반 선교사는 31세 때인 1949년 미 북장로교 파송 선교사로 한국에 들어왔다. 그는 경북 안동을 중심으로 경북 북부 지역에서 선교 사역을 담당하던 중 1954년 학교법인 경안학원(경안고·경안여고·경안중·경안여중)을 설립했다. 당시 안동 지역은 고등학교 수가 부족했고, 재정 여건도 열악한 상황이었다. 경안고를 설립한 반 선교사는 초기 3년 동안 이사장 및 교장직을 맡아 학교의 기틀을 다졌다. 경안고를 개교한 뒤 안식년을 맞아 잠시 귀국한 그는 시카고를 중심으로 150개 교회를 순회하며 1만2000달러를 모금, 경안고 본관을 신축하는 데 보탰다.

1957년 서울로 발령받은 반 선교사는 연세대 신과대학 및 연합신학대학원 종교상담학 교수로 정년까지 봉직했다. 연세대 시절 반 선교사는 국내 목회상담학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냈다. 1968년 연세대에 학생상담소를 개설했다. 이어 1974년에는 최초로 임상목회교육 과정을 개설해 병상에서 목회상담을 실천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목회상담학의 이론적 소개뿐 아니라 임상을 통한 실천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반 선교사의 업적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반 선교사를 얘기할 때 ‘애란원’ 또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아내 반애란(Eleanor C. Vanlierop) 여사와 함께 1960년 서울 대신동에 미혼모 보호 시설인 애란원을 설립했다. 반 선교사 부부는 가출 소녀와 윤락여성 선도 및 보호, 자립을 목적으로 세워진 애란원을 1983년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총회 재단에 기증했다. 김태진 경안학원 재단이사장은 “한국과 한국인을 향한 반 선교사님 부부의 관심과 애정은 한국인보다 더 크셨다”면서 “그 사랑을 후대에 잇는 일은 이제 우리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말했다.

국내외 교계에서는 반 선교사의 장례식 및 추모 예식이 예정돼 있다. 오는 23일에는 일리노이주 벤센빌 브리지웨이 크리스천 빌리지에서 장례식이 열린다. 하루 앞선 22일 오후 2시에는 안동시 금곡동에 위치한 경안고 경안관에서 경안학원 주최로 추모예배를 가질 예정이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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